'항공사의 꽃' 승무원…승객 폭언·폭행에 성희롱까지 항공 산업 특성상 '웃으며 넘어가'

2012년 11월 미국 시카코발 인천행 항공기에 탑승한 회사원 A씨. 식사로 인도인들이 주로 먹는 힌두 밀(Meal)을 신청한 후 승무원에게 "재미로 신청해봤다"며 "일반 기내식으로 바꿔주고 빵은 비즈니스용 빵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또 디저트로 제공된 멜론을 핥아보고는 "멜론이 상했다. 식약청에 분석을 의뢰할 테니 보관용 얼음을 달라"고 소리쳤다. 인천에 도착 후에도 A씨는 직접 경찰에 전화해 "경찰이 올 때까지 못 내리겠다"고 억지를 부린 후 경찰이 도착한 후에야 "이 멜론은 내꺼니까 내가 가져간다"는 말만 남기고 떠나버렸다.

2012년 7월 제주발 김포공항행 항공기 탑승수속 중 주부 B씨가 큰소리로 "골프장에 갔더니 내 드라이버가 부러져 있었다. 이 항공기를 타고 갔었으니 얼른 다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탑승안내요원이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며 안내하자 B씨는 "야! XX야 내가 누군지 알아 OOO사장이랑 아는 사람이야. 얼른 물어내!"라며 난동을 부렸다. 하지만 골프채는 골프 치는 도중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곧 바로 "이런 XX들이. 됐다 더러운 XX들아 내가 안 받고 만다"며 돌아갔다.

2012년 10월 방콕발 인천행 항공기에 탑승한 학생 C씨는 비행공포증이 있다고 주장하며 승무원에게 "나 무서우니까 좀 안아줘!"라고 요구했다. 승무원이 이를 거절하자 "승무원이라면 내 개인적인 얘기도 들어주고 해야 하는 거 아냐·"라며 "나 바보 취급하는 거야· 바보 취급하는 거 아니면 전화번호 가르쳐 줘. 오늘 저녁에 만날??라고 되레 큰소리를 쳤다.

최근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 임원이 미국행 항공기에게 승무원을 폭행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상식에 맞지 않은 도 넘은 행동 등으로 승무원들의 근무환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꿈꾸는 직업 중 하나로 항공사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항공기 승무원은 단정하면서도 깔끔한 복장으로 탑승객들에게 보다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탑승객들의 힘든 요구나 짓궂은 장난에도 승무원들은 시종일관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기내 폭력과 폭언 등이 빈번하게 발생, 항공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 같은 기낸 난동 사례가 최근에는 급증하며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상식에 어긋나는 업무방해 행위까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이런 승객들은 최근 인터넷으로 인해 SNS 등 정보의 채널이 다양해져 과도한 피해보상이나 거짓 피해 신고 등의 악성 민원을 제기하며 항공사를 옥죄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승무원들은 서비스를 중시하는 항공 산업의 특성상 애써 웃으며 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폭행·협박 또는 위계로써 기장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해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해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을, 거짓된 사실의 유포, 폭행, 협박 및 위계로써 공항운영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항공운항을 방해할 목적으로 거짓된 정보를 제공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 규정에 따라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점거, 농성 등에 대한 처벌은 점차 늘고 있지만, 승무원이나 직원들을 위협하는 사례에 대한 법적 대처는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최근 블랙 컨슈머들의 공통적인 형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요구와 폭언 및 폭행으로 귀결된다"며 "특히 거짓된 주장으로 보상을 바라기도 하며, 폭언과 폭행으로 승무원이나 직원들에게 직접 상해를 입히기도 하는 사례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항공사들은 항공 안전을 위협하는 블랙 컨슈머들에 대한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국토해양부 등 유관 부처 또한 한 걸음 뒤에서 방관하고 있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항공기의 안전을 위협하는 블랙 컨슈머들의 행태에 대한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관부서인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 항공기내 승무원 폭행 등 항공기 안전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토부는 승무원의 보호 및 안전 확보를 위해 난동자 행동형태 및 난동시 대응방법 등의 승무원 보안교육을 철저히 이행하고, 난동행위 사례분석 등을 통해 유형별 대응방안을 마련해 불법행위에 대해 적극 대처키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내 난동행위 재발방지를 위해 난동 행위의 경중 등에 따라 항공사에서 탑승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난동 승객에 대해서는 법령에 따라 법적조치 등을 통해 강력하게 대응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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