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회복…쑨양·하기노 고스케 출전안해

박태환(27)이 아시아선수권대회 4관왕에 오르며 부활 신호탄을 쐈다.
악재속의 부활이다.
박태환은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일본 도쿄 다쓰미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100m·200m·400m·1500m에서 금메달을 쓸어담았다.
물론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아 금메달의 숫자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정상급 복귀를 박태환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기에는 충분했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박태환은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4년 9월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18개월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올해 3월2일 징계가 끝났지만 도핑 적발 선수는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 동안 대표 선수로 선발하지 않는다는 대한체육회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박태환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와 국내 법원에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리우올림픽 개막을 약 한 달 앞둔 7월 초에야 리우올림픽 출전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두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김 전 차관이 지난 5월25일 박태환을 만나 뜻을 굽히지 않고 올림픽 출전을 강행할 경우 각종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훈련이 부족한데다 실전 감각까지 떨어져 있던 박태환은 리우올림픽에서 전 종목 예선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기록만 봐도 크게 부진했다.
박태환은 재기를 다짐하며 다시 물살을 갈랐고, 지난달 전국체전에서 준수한 기록으로 2관왕에 올랐다.
자유형 200m에서는 자신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세운 한국기록(1분44초80)에 근접한 1분45초01의 기록을 냈다. 자유형 400m에서는 리우올림픽 예선에서의 기록인 3분45초63보다 1.95초 단축된 기록을 냈다.
이후 호주에서 훈련을 이어온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 나섰다. 아시아선수권대회는 박태환이 전성기 시절에는 나서지 않던 대회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았다. 아시아에서 박태환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쑨양(중국)이나 일본의 자유형 강자 하기노 고스케도 재활 중이라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박태환을 수준급 선수들이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번 대회에 나서 4관왕에 등극했다.
이 때문에 금메달의 개수는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록을 살펴보면 박태환의 부활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일단 주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은 3분44초68을 기록했다. 지난달 전국체전에서 기록한 3분43초68보다 1초 늦었지만, 올해 자유형 400m 세계랭킹에서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박태환이 지난 4월 제88회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400m 기록 3분44초26도 세계랭킹 7위다.
물론 맥 호튼의 올해 자유형 400m 세계랭킹 1위 기록(3분41초55)과는 2초 넘게 차이가 난다. 쑨양의 올해 최고기록 3분41초68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재 박태환의 컨디션이 최고조에 다다른 것은 아니다. 호튼과 쑨양 모두 컨디션을 최고조로 조율한 리우올림픽에서 올해 최고기록을 썼다.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이번 대회에 나선 박태환이 컨디션을 최고조까지 끌어올린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기록이다.
자유형 400m 다음으로 박태환이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종목인 자유형 200m에서의 기록은 더욱 희망적이었다. 자유형 200m는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연달아 은메달을 딴 종목이다.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의 자유형 200m 기록은 1분45초16이었다. 올해 세계랭킹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올해 가장 빠른 자유형 200m 기록은 쑨양이 리우올림픽에서 기록한 1분44초63인데, 이번 대회 박태환의 기록과 불과 0.53초 차다.
지난달 전국체전에서 박태환이 자유형 200m 금메달을 딸 때 세운 기록은 1분45초01로 더 빨랐다.
세계 정상 복귀에 대한 희망을 엿본 박태환은 대회가 끝난 뒤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다시 호주로 가 담금질을 이어간다.
박태환은 다음달 6~11일 캐나다 윈저에서 열리는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재차 기량을 점검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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