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의 깨달음, 유재석·강호동 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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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에 봄바람이 살랑이더니, 꽃이 만개했다. 5% 미만의 시청률로 암흑기를 보낸 '일밤'이 왕좌를 석권했다. 낯선 아이들 5명과 거친 사내 6인방이 다크호스가 될 줄 아무도 몰랐다. 강렬하고 매서운 반격이다.

'일밤'은 지난 1월 '아빠 어디?? 방송 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어디까지나 반쪽 성적이었다. 후속으로 방송되는'매직콘서트, 이것이 마술이다'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박명수 정준하 등 스타 MC가 포진됐지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전 코너인 '나는 가수다2'와 '승부의 신' 성적은 더 참혹했다. 전작의 부진 탓에 '아빠 어디??의 출발도 불안했다. 스타가 없었고, 가장 중요한 메인 MC가 부재했다. 김성주, 성동일, 이종혁, 윤민수, 송종국 등 대부분의 멤버들이 예능 초보였고, 컨셉트도 신선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아빠 어디??는 일요일 예능 판도를 바꿔놨다. 지난 28일 방송 분을 기준으로 '아빠 어디??는 유일하게 두 자리수 시청률을 유지했다. 더불어 '진짜사나이'까지 동시간대 1위를 자치했다. 완벽한 부활이다.

처음엔 누구도 '아빠 어디??를 믿지 않았다. 뚜껑을 열자 얘기가 달라졌다. 말초적인 웃음이 없는 새로운 예능이었다. 다섯 아이와 아빠들은 웃음과 동시에 훈훈함을 안겼고, 아이들은 순식간에 국민 아들딸로 등극했다.

'진짜 사나이' 역시 기대 보다 우려의 시선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기적이 두 번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치 못했다. 군 예능은 낯선 장르였고, '아빠 어디가'와 마찬가지로 스타가 없었다. 김수로, 서경석, 류수영, 손진영, 샘 해밍턴, 엠블랙 미르 등 버라이어티 경험이 부족한 멤버들이 대부분이다.

첫 방송은 모든 것이 편견일 뿐임을 증명했다. 군을 배경으로 하지만 '푸른거탑'과 차원이 달랐다. 회를 거듭할수록 멤버들은 군인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다. 군 밖에서는 높은 사회적 위치에 올라 선 이들이 나이 어린 상병에 무너지는 모습은 대리만족과 쾌감을 선사한다.

'진짜사나이'는 대본과 설정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의 개입이 전혀 없고, 모든 방식이 군 커리큘럼 그대로다. 제작진이 이처럼 존재감을 숨기는 예능은 거의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빠 어디가'부터 '진짜사나이'까지 낯선 모든 실험이 결국 통했다. 무모한 도전에 가까워보였던 실험이 대중의 정서를 건들였다. 유재석, 강호동과 같은 스타는 없지만 진정성이 통한 것이다.

오히려 스타가 없어서 가능한 예능이다. 두 프로그램 멤버들은 1박 2일 혹은 5박 6일 동안 집에서 떨어져 생활을 한다. 심지어 '진짜 사나이' 멤버들은 전화 조차 마음대로 한 채 철저히 외부와 차단된다.

'일밤'은 스타가 꼭 정답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MC의 위상이 흔들리는 요즘 '일밤'의 새로운 시도는 주목할만하다. 스타와 MC 없이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참신한 기획과 진정성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걸 몸소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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