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관 수원시의회 의장 “정당공천 폐지 원년으로 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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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 사무총장 겸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 정당공천폐지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영관(46) 경기 수원시의회 의장은 “정당공천제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정치개혁을 통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을 없애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올 6.4지방선거를 앞두고 화두가 되고 있는 정당공천제 폐지를 놓고 노 의장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각종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8일 밝혔다.

새해 그를 만나 기초의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개선책을 물었다.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직선거법은 정당공천제의 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다. 정당은 선거에 있어 선거구별로 선거할 정수범위 안에서 그 소속당원을 후보자로 추천할 수 있다. 다만 비례대표, 자치구·시·군의원의 경우에는 그 정수 범위를 초과해 추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초의원들은 국회의원들이 정당공천을 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공천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초의원들은 공천을 받기 위해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 때는 일방적으로 동원되는 경우도 많다. 올바른 정치를 하기보다 먼저 국회의원들에게 종속되는 느낌이 짙다.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마땅히 정당공천은 폐지돼야 한다. 이미 대통령 선거 때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당 후보들이 선거공약으로 제시했었다.”

-정당공천 폐지를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정당공천제 폐지는 오랜 기간 동안 거론돼 왔다. 민주당은 이미 투표를 거쳐 당론으로 확정했다. 새누리당에서 대통령이 당선됐고 선거공약이었으니 마땅히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 새누리당에서 계속 발을 빼는 모양새는 정당공천을 폐지하지 않겠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국민적인 합의를 위해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을 묻고 조율해 나가면 시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기초의회의 선거구제를 소선구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현재 기초의회는 중선거구제를 통해 여러 명의 기초의원이 선출된다. 때문에 정당공천만 받으면 ‘???받는 후보는 거의 당선된다고 본다. 중선거구제는 의원 개인의 노력보다 정당공천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에 불과하다. 그런 구조에서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작용하고 풀뿌리민주주의는 뿌리를 내리기 힘들어 진다. 열심히 발로 뛰어서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에게 평가를 받는 소선거구제가 바람직하다.”

-진보정당의 경우 정당공천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오히려 정당공천 문제는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 자질이나 정당의 구조적 문제가 많다는 의견도 있는데.

“진보정당은 당원들의 힘이 세고 당원들이 국회의원이나 도의원, 시의원 등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진보정당의 당원 수는 적다. 정당도 그렇다. 현실 정치에서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 기초의원까지 국회의원들이 입김을 내서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본다.”

-정당에서 완전경선제를 통해 기초의원이나 기초단체장 후보를 선출한다면 공천제의 폐해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기초의원들까지 완전경선제를 도입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나 정당 내에서 경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 신인도 출마할 수 있을 거라 본다. 하지만 그 만큼 현직에게는 인지도나 유권자들과의 친화력 부분에서 불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완전경선제도 지나친 국회의원들의 개입과 간섭을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다고 본다.”

-정당공천 폐지와 중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의 전환 등이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다면 현직에게 유리하다는 얘기가 많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현직이라고 해도 스스로 4년 동안 정책과 실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마땅히 낙선할 것이다. 기초의원들의 자질론, 풀뿌리민주주의의 정착 등을 위해서는 유권자에게 평가받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올바른 정치구조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력으로 평가받도록 소선거구제가 이뤄져야 한다. 정당공천도 폐지해야 한다. 완전경선제 도입 등을 비롯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조율해 나갈 수 있도록 국민토론이 필요하다. 언론과 시민단체, 학계가 정치개혁을 위해 나서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올 상반기 9대 의회를 마무리하고 선거에 접어 든다. 무엇보다 주민들과 약속한 것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기초의원들은 주민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민원도 시의원에게 가장 많이 제기한다. 그 만큼 시의원과 주민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올 초 9대 의회를 마무리 하면서 시의회에서 토론문화가 부족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양보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통해 정치 이데올로기를 거론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이데올로기적인 비방에서 벗어나 서로가 배려하는 문화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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