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병무청장 박창명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메디컬 스쿨, ‘존스 홉킨스 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는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드라마에서도 전도유망한 의사가 유학을 가는 설정으로 종종 등장하는 이 학교는 종합병원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대학교의 졸업생과 교수 중 무려 37명이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인들의 자랑인 이 대학교의 설립자는 바로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 1795~1873)이다. 원래 존스 홉킨스 가문은 500여 명의 노예를 거느리며 광활한 담배농장을 경영하던 대부호였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이 발표되기 수십 년 전인 1807년에 가문의 노예들을 모두 해방시키고 스스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링컨의 노예 폐지 운동을 적극 지지하였으며 자선 사업도 활발히 벌여 전 재산인 1천만 달러를 기부하여 지금의 존스 홉킨스 대학교를 1876년에 설립하게 된 것이다. 

한 마디로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몸소 실천한 것이다. 존스 홉킨스가 이 정신을 솔선수범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처럼 발전한 의학계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분이 계시다. 바로 우당 이회영 선생이다. 명문세가의 자손인 우당은 여섯 형제와 일가족의 전 재산을 처분하여 만주로 망명,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을 활발히 했다. 당시 처분한 돈은 약 40만원, 지금으로 계산하면 약 600억 원인데 이 전부를 독립운동 자금으로 사용하며 ‘서전서숙’, ‘신흥무관학교’, ‘신민회’, ‘헤이그 밀사’, ‘의열단’등 국외 항일운동 전반에 관여했다. 특히 ‘신흥무관학교’는 3,500여명의 엘리트 독립군을 양성한 학교이며, 이곳의 학비와 식비는 모두 무료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척박한 만주 땅에 독립 투쟁의 뿌리로 자리 잡은 것이다. 만약 우당이 아니었으면 우리나라의 독립은 아마도 몇 년 뒤에 이루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하는 자세나 도덕적 책임감은 계층 간의 대립을 해결해 주고 사회적 난국을 맞았을 때 헤쳐 나갈 수 있는 최고의 사회적 통합수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지도층의 병역의무 이행은 국민을 통합하고 국가의 역량을 집결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 하겠다. 

고위공직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당사자 또는 그의 자녀들이 병역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는 항상 화두가 되곤 한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병역의무 이행을 사회지도층 자격의 최고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5월에 새로 들어선 이번 정부가 내세운 공직 인사 5대 원칙 중, ‘병역면탈자 배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병무청에서는 병역의무 이행에 있어 국민들이 기대하는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을 통한 건강한 병역문화 정착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공직자 등의 병적관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공직자와 그 자녀의 병역이행 전 과정을 특별관리 하는 제도로서 지난 3월 21일에는 그 관리대상을 4급 이상 공직자와 그 자녀로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을 법제화하여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청소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연예인, 체육인뿐만 아니라 고소득자와 그 자녀를 포함하고 있어 병역의무 이행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며, 총 관리 인원은 3만 4000여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때(18세)부터 입영, 전시근로역 편입 또는 병역면제가 될 때까지 신분별로 병적을 따로 분류해 병역판정검사나 입영연기 및 감면, 대체복무 과정을 엄격하게 검증할 예정이다. 나아가 병역면탈이 의심될 경우에는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에게 수사를 의뢰하는 등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병역면탈 범죄 예방 및 단속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갖추어 성실하고 자발적인 병역이행을 유도할 계획이다.

병역의무에는 예외가 없다. 사회적 지위가 병역의무보다 우선할 수도 없다. 국가를 이끌어 간다는 소수의 사회지도층이 다수의 국민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얻으려면 항상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성실한 병역의무 이행일 것이다.

앞으로도 병무청에서는 사회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의식이 사회 저변에 확산되고 병역이행이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사회 분위기가 정착되도록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건강한 병역문화의 정착이요, 튼튼한 국가안보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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