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경 국장

어느 동네에 A라는 빵장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빵을 만들어 마을사람들에게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매일 아침 버터를 공급해 주는 B라는 농부가 있었습니다. 별 일 없이 잘 거래해 오던 어느 날, 빵장수 A는 납품되는 버터의 양이 정량보다 모자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며칠을 두고 납품되는 버터를 저울로 일일이 달아 보았고, 결과는 A의 예측대로 정량보다 부족한 미달이었습니다. 결국 화가 난 빵장수 A는 버터를 납품하는 농부 B에게 변상할 것을 요구하며 법정에 고발했습니다. 

평범해 보였던 사건이었지만 반전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재판을 맡은 판사는 체포된 농부의 진술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빵장수에게 버터를 공급하던 농부는 매우 가난했고, 그래서 농부의 집에는 저울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울도 없는 농부가 어떻게 매일 일정량의 버터를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알고 보니, 농부는 빵장수가 만들어 놓은 1파운드짜리 빵의 무게에 맞추어서 버터를 자르고 포장해 납품했던 것입니다. 결국 이번 사건의 발단은, 그 빵장수가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해 자신의 1파운드짜리 빵의 규격과 양을 줄였기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농부는 줄여서 만들어진 빵에 맞추어서 버터를 잘라 납품했으니 당연히 그 버터는 함량이 미달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다행스럽게도 그 대가는 버터장수 농부 B가 아니라 빵장수 A가 치러야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자기가 하는 행위는 괜찮은데 똑같은 행위라도 남이 해서는 안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을 말하는 것으로, 결국 옳지 않은 그 마음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고 만다는 교훈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빵장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모습들로 인해 한 순간은 이득을 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큰 낭패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것을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도 합니다.

내 자신은 얼마나 진실 되게 살고 있을까 스스로 반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우리가 아닌, 거꾸로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기에게는 엄격한 우리가 될 때, 세상은 좀 더 진실한 모습으로 바뀔 것입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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