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보훈청 보훈과 송민규

 
오는 9월 17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산하 광복군이 창설된 지 77주년이 되는 날이다. 최근 이슈화된 국군의 날 변경 논의에서 현 10월 1일을 대체하는 날로 유력하게 제기된 날이 바로 광복군 창군일이기도 하다. 매년 창군 기념식을 실시하고, 광복군 활동을 한 독립운동가를 발굴하는 등 광복군울 알리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이에 다가오는 창군일을 앞두고 광복군 창설의 경위와 약 5년간의 활동 내역을 살펴봄으로써, 광복군이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지는 위상을 알아보고자 한다.     

1930년대 말부터 국민징용령, 창씨개명 등 민족말살정책을 실시하던 일본은 대외적으로도 중일전쟁을 일으키며 제국주의적 팽창 야욕을 가시화하고 있었다. 때문에 상해에서 출범한 대한민국임시정부 또한 중경에 자리잡기까지 진강, 장사, 유주, 기강을 거치는 험란한 대장정을 겪어야 했다. 1920년대 중반부터 비롯된 임시정부의 내홍에 더해 일제의 중국침략은 임시정부를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갔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는 한편, 독립운동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임정에서 추진한 것이 바로 직속 군대의 창설이다. 사실 임시정부는 수립 초기부터 ‘대한민국임시군제’ 등을 제정하여 독립전쟁을 위한 군대편성을 계획했다. 다만 앞서 언급한 사정으로 이를 실천하지 못하다가 1940년 임시정부가 중경에 안착하면서, 마침내 9월 17일 광복군을 창설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는 1907년 8월 1일 대한제국 군대 해산 이후 33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이후 21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물론 광복군을 둘러싼 현실은 차가웠다. 중경에는 병력이 될 만한 한인 청년이 거의 없었다. 임시정부 운영도 버거웠던 당시의 재정력으로는 직할 군대의 양성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여기에 다른 나라의 영토에서 당해 국가의 통제를 벗어난 물리력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이미 어려운 일이었다.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군단급과는 거리가 있는 대대급(1945년 4월 대한민국임시의정원 문서에 따르면 339명)의 병력에 만족해야 했다. 게다가 중국 내 군대 유지 및 비용 확보를 위해 광복군의 활동을 중국 국민당이 통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한국광복군행동준승에 동의해야 했다.   

그럼에도 광복군은 1941년 12월 10일 ‘대한민국임시정부대일전선성명서’를 발표한 뒤, 연합국과 함께 대일전쟁을 수행했다. 지속적인 초모활동과 더불어 1942년 4월 조선의용대를 편입하는 등 조직을 확충하고, 1943년 8월 영국과 함께 인도와 미얀마 등지에서 일본과 전쟁을 벌였다. 미국과도 공동작전을 추진했다. 미국 전략정보국(Office of Strategic Services)과 광복군이 국내진공작전으로 불리는 독수리 작전(Eagle Porject)을 1945년 광복 시까지 준비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부대의 규모와 9개 준승, 그리고 단독 대일작전의 결여 등 광복군의 활동에는 어찌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1940년 9월 17일 당시 ‘창설’이 아닌 광복군총사령부'성립‘전례식이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1907년 8월 1일 해산된 대한제국 군대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담아냈다. 또한 1941년의 대일선전포고는 연합국의 일원으로써 대일전쟁에 참전하겠다는 뜻을 국제사회에 천명한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안춘생, 김신, 오광선, 김홍일, 최용덕, 이범석 장군 등 광복군의 요인들이 광복 후 국군의 주축으로 활동함으로써 ‘대한제국군-광복군-대한민국국군’으로 이어지는 국군의 역사에 광복군은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비록 77년 전과는 많이 다르지만, 현재 한반도의 위기는 국가의 존망과 관련된다는 점은 1941년의 그것과 일맥상통한다. 국민의 안전보장 의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시점에서, 국군 혹은 그에 준하는 조직체로서 광복군의 활동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시사해 준다. 광복군이 지키고자 했던 대한이라는 이름과 그 터전, 그리고 반만년을 이어온 민족자존의 자긍심은, 지금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광복군의 헌신은 지금의 국토수호 활동과 다르지 않으며, 소중하게 현실 국책에 반영되어야 함은 물론 영원한 애국정신으로 승화됨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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