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아들은 그런 그릇이 못된다

大記者

조선시대 중종, 명종년간 출사(出士)영의정을 지낸 동고(東皐)이준경(李浚慶)은 일생을 맑게 살아온 명신이다. 73세 죽음을 앞두고 나라걱정을 담아 선조에게 올린 유소(遺蔬)의 구구절절한 가운데 붕당의 조짐을 심히 우려했다. 그럼에도 선조가 방심하고 조정중신등이 깨우치지 못해 곧 동, 서인으로 갈려 사색당쟁의 화근이 생겼으니 그의 선견지명을 알 수 있다. 동고가 명종말년 영의정으로 있을 때 남긴 일화가 신록에 기록되어 있다.

그의 아들이 홍문관 관리로 천거되어 명단에 올라오자 “그는 내 아들이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도저히 그런 직책을 맡을 그릇이 못된다 며 아들이름을 삭제해 버렸다. 조선시대 문과급제를 하면 삼사가 엘리트 코스였고 그 가운데 홍문관이 으뜸이였다. 영의정 아들이니 좋은자리에 배정하자는 공론을 거쳐 천거되었을 터인데 동고는 당치않다고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영의정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으로 최고권력자리인데 밑에서 올렸으면 그냥 넘어가면 아들의 출세길이 열리는데 무엇이 두려워 이를 막았을까, 의리관, 도덕관, 국가관이 투철한 동고가 선공후사의 공직자 덕목과 선비정신을 학문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후 조정중신들이 그들 자제나 조카 따위를 요직에 앉히려하면 이를 비판하는 상소문에 동고의 사례를 인용, 이를 저지했다. 얼마전 외교통상부장관 딸이 인사원칙을 무시한 온갖 조작을 통해 아버지 부하직원으로 특채되었다고 해 말썽이 났다.

이런 짓거리가 관행적으로 있었기에 그대로 따라한 것이란 변명도 있었고 다른 부처나 공기관, 지자체에도 있었다고 언론이 다투어 보도한바 있다. 그러나 언론도 고질병이 도져 탐사보도를 하지않았고 국민들은 망각증세대로 그냥 유야무야 덮어 버렸다. 공직자들이 공직을 이용, 사익을 취하는 것이야말로 후진형 부정부패의 전형이다. 부처장관이 기관을 사기업인양 생각하고 오너행세를 하는 정도가 관습화 되어왔다니 이게 나라꼴이라 할수있겠다.

법을 지키는 모범은커녕 국민이 취업해야할 자리를 탈취하는 것도 부끄러울줄 모르니 어찌 국민보고 법을 지키라하며 부하를 통솔하겠는가, 공무원 사회야 원래 한통속이니 그렇다쳐도 이런 꼴을 어찌 선진국 운운하겠는가, 심지어 지방의 농협조합장까지 조합원들의 혈세로 관용차를 사적인 볼일을 보러 다니는 이런 나라가 한국이란 것이 부끄럽다. 

현상학자 ‘램프럼멜’이 쓴 관료제의 경험이란 저서에 “공무원이란 생김새가 인간과 비슷해도 머리와 영혼이 없는 존재다. 공무원은 사람이 아닌 사례만 다루고 정의, 자유를 걱정하는 척 하면서 통제와 능률만 생각하는 봉사기구가 아닌 지배기구다”고 했다. 이처럼 머리와 영혼이 없다는 공무원이 얼마나 좋은자리인가? 지난 대선때 어느 후보는 “공무원만 될수있다면 영혼까지 넘기겠다는 청년실업자가 넘쳐나고 있다”고해 실소를 자아낸바 있다. 

역사가 바뀌고 시대가 변천해도 변하지 않는게 우리나라 정치인과 공무원 공직자 등 기득원층 의식구조다.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하는척 하면서 그들만의 폐쇠된 공간에서 끼리끼리 수작하며 투명해 지기를 싫어한다. 오늘날 공정사회 구현이 화두인데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게 아니다. 공직사회가 열려  투명해지고 공직자부터 법을 모범적으로 지키고 고위공직자들의 도덕관, 국가관이 국민들에게 선명하게 투명되면 어느 국민이 법을 어기며 이를 따르지 않겠는가, 공직사회가 투명해지면 사회는 저절로 밝아질것이며 이게 바로 공정사회의 초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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