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 주는 붉은노을 바다가득 머금고 있다

(현오순 기자) 어느 여행지를 가면 꼭 봐야지 하는 곳이 있다. 여행은 우리들을 쉬면서 힐링하게도 하지만 설렘과 여행지의 자연 환경이 주는 시시때때로의 변화무쌍한 모습에 행복감으로 충만하게 한다. 그 여행지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곳이라면 더 좋은 여행지가 될 것이다.

그럼 순천을 대표하는 순천만 습지로 여행을 떠나보자. 

순천만의 갈대 군락지는 전국에서 가장 넓기로 유명하며 갈대밭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물의 종류도 500여 종이나 된다고 한다.

순천만은 순천시 교량동과 대대동, 해룡면의 중흥리, 해창리 선학리 등에 걸쳐 있으며 순천만의 갈대습지의 총 면적은 약 15만평에 달한다. 순천 시내를 관통하는 동천과 상사면에서 흘러 온 이사천의 합수지점부터 물길양쪽이 갈대밭의 시작이다. 

순천을 대표하는 남도삼백리길의 1코스는 순천만 ‘해넘이 명소’ 해룡와온에서 시작해 용산전망대를 거쳐 별량화포까지 이어지는 16km가 대표코스이며 사방을 둘러봐도 갈대 뿐이다.

별량화포에서 걷기를 시작해서 용산 전망대를 거쳐 자연생태공원, 철새서식지 등을 옆에 놓고 걸으면 흰솜털처럼 하늘하늘 흔들리는 갈대는 갈바람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이 남도삼백리 1코스는 관광객들이 가을과 겨울이 겹치는 계절에 가면 갈대와 어우러진 칠면초의 황홀한 모습 그대로를 렌즈에 담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순천만의 갈대밭은 드문드문 떨어져 있거나 얼기설기 엉성하게 군락을 이룬 다른 갈대밭과는 달리, 사람의 키보다 훨씬 더 웃자란 갈대들이 빼곡히 밀생을 하는 보기 드문 갈대밭이다. 

갈대가 보여주는 변화무쌍한 모습은 국내 최대의 군락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가을에 꽃이 피면 갈대의 북슬북슬한 씨앗 뭉치가 햇살을 받으며 은빛 잿빛 금빛 등으로 순천만을 수놓는 장관은 결국 저녁노을을 품에 안으며 절정에 이른다.

이 절정의 순간에 관광객들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순천만의 경이로움으로 빠져들게 된다.

또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 습지로 유명하다. 연안 습지란 바닷물이 드나드는 해안에 있는 습지를 말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순천만, 무안습지, 장도습지 등이 대표적인 연안 습지이다. 

순천만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갈대와 노을뿐만이 아니다.

하구의 갈대밭 너머에는 불그스레한 칠면초 군락지도 있고 이곳은 흑두루미, 재두루미, 황새,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희귀조이거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국제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철새들이 날아와 겨울을 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와 같은 희귀조류 이외에도 도요새, 청둥오리, 혹부리오리, 기러기 등을 포함해 약 140종의 새들이 이곳 순천만 일대에서 월동하거나 번식한다고 한다.

갈대는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뿌리에서 나오는 산소는 미생물들이 좋지 않은 물질들을 분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잎과 줄기에 질소, 인, 염 등 오염 물질을 저장하여 주변 오염 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역할도 한다.

바다가 주는 풍요로움과 갈대가 연주하며 들려주는 하모니, 그리고 가슴을 트이게 하는 드넓은 갈밭 습지의 가을 순천만 습지는 세상사에 찌든 여행자들에게 ‘텅빈 충만’이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 떠오르며 얼굴에 ‘충만한 기쁨’이 배게 하는 축복의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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