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記者

장부란 말의 어원은 중국 고대의 周(주)나라 때에 八寸(팔촌)을 一尺(일척)으로 치고 一尺을 一丈으로 보아 남자의 키가 一尺이면 大丈夫라고 했던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一尺 거구의 건장한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 후 세월이 흐름에 따라서 단순히 체구의 크기뿐 아니라 늠름한 기골을 갖추고 의지가 굳으며 의리를 중히 여기는 남자에 대한 일반적인 美稱(미칭)으로 쓰여 지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나 근년에 와서는 그 당당했어야 할 大丈夫像이 너무도 비속해졌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숭앙의 대상으로서의 大丈夫가 어느새 모멸의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또 사회인으로서 그리고 公人으로서의 어느 누구는 丈夫를 能屈能伸(능굴능신)이라고 했다 그 출전은 알 수 없으나 참으로 무서운 유혹이다.

굽힐 줄도 알고 펼 줄도 알아야 장부라는 것이다. 때와 곳에 따라 屈伸에 융통성이 있어야 함을 암시하고 있을 뿐 영달을 위해서는 의리나 지조쯤은 거리낌 없이 팽개칠 줄도 알아야한다는 뜻이겠다.

임기웅변이나 권모술수를 大丈夫의 능사로만 여기게 된 요즘의 세태이고 보면 도의나 선악의 시비 같은 것은 아예 안중에 있을 까닭이 없다. 또한 속된 표현으로 “여자는 절개, 남자는 배짱”이란 말이 유행되고 있다. 여자에게는 절개와 생명보다 중한 것이라면 남자에게는 배짱이 있어야 장부의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뜻이겠다.

大丈夫의 요건이 이 배짱의 유무로 결판이 나는 세장이니 그들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배짱은 일면 담력과 비슷한 말 인 듯하나 기실은 그 취의가 전면 다른 것이다. 담력이 윤리적인데 반해 배짱은 항상 부도덕하고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옳고 선한 것을 위하여 버티는 뱃심이 담력이라면 불의나 죄악을 범하고도 태연 할 수 있는 몰염치한 뱃심이 바로 이 배짱일 것이다. 이런 “배짱”과 “屈伸無常“을 찬양해 온 저속한 처세철학이야 말로 떳떳한 大丈夫를 오늘의 賤丈夫(천장부)로 추락케 했을 뿐 아니라 이른바 ”적당주의“며 ”요령주의“를 만연케 한 장본인인 것이다. 이런 천장부가 우리주변에도 있으니 참으로 가슴 아픈 비사가 아닐 수 없다.

孟子(맹자)에 다음과 같은 大丈夫論이 전한다.

富貴 不能淫 (부귀 불능음)
貧賤 不能移 (빈천 불능이)
威武 不能屈 (위무 불능굴)
此之謂 大丈夫 (차지위 대장부)

부귀도 장부의 뜻을 어지럽히지 못하고

빈천한 처지에서도 장부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으며 

威武로도 장부를 굴종하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부귀에도 혹하지 않는 것이 大丈夫이다.

아무리 빈천하다 하더라도  그의 지조를 팔지 않는 것이다.

위협이나 폭력에도 결코 굴하지 않는 것이 大丈夫의 풍모인 것이다. 이 얼마나 웅장한 문장인가 

이 얼마나 장쾌한 大丈夫論 인가 실로 영원불멸의 경구요 잠언이다. 누구나 좌우명으로 살아야 할 말이다.

청년 피디아스는 폭군 다이오니우스의 비위를 상하게 만들어 체포 되어 곧 죽게 되었다. 그는 죽기 전에 고향에 계신 늙으신 부모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꼭 다시 돌아와 사형을 달게 박겠다며 간청했으나 왕은 비웃을 뿐이었다.

그때 피디아스의 친구 데몬이 나타나 왕에게 간청했다. “ 왕이시여. 저 친구를 보내 주시고 저를 대신 옥에 가두시옵소서. 그는 반드시 올 것이나 혹시 못 올 시엔 제 목을 치소서” 왕은 목숨을 걸고 서로 신뢰하는 그들의 우정에 놀라고 감탄하며 허락하였다.

며칠이 지나 기한이 다 되었는데도 피디아스는 당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데몬은 원망하지 않았다. “ 만약 그가 기일 안에 못 온다고 해도 그것은 고의가 아닐 거야.” 급기야 최후의 날이 밝았고 데몬은 형장으로 끌려 나갔다. 막 사형이 집행되려는 순간 피디아스가 “ 잠깐만”하고 소리 지르며 헐레벌떡 달려 왔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풍랑을 만나 어쩔 수 없었던 사연을 얘기하고 시간이 늦을까봐 애태운 마음을 토로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왕은 크게 감동하며 피디아스를 석방했음은 물론 두 사람에게 큰 상을 내렸다고 한다. 

아! 아름다운 우정이여! 영혼의 불가 사이한 기반이여! 삶을 보다 달콤하게 하는 우정이여! 우리 대한민국 땅을 보다 행복하게 하는 大丈夫의 우정을 저 천봉산처럼 무겁게 지켜 나가자!

그러나 요금 세태를 보라 얼마전 만 하더라도 큰 사람 큰 벼슬을 했던 사람들이 거의가 지탄 받는 일들만 했고 또 저자신은 깨끗한데 윗사람이 시켜서 했다느니 온갖 흉측스러운 사건들로서 나아닌 남의 탓으로 돌려 더럽고 흉악스러운 모습들로 비쳐지고 있어 더욱 한심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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