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남 편집국 제2사회부 국장

언제부터인가 법정이나 검찰청사 등지에는 수동 휠체어를 타고 모자와 마스크를 푹 눌러쓴 채 좀비포스를 한 사람들이 멀쩡한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서 등장하는 모습들이 심심찮게 목격되곤 한다.

이들 대개는, 지나친 부와, 명예나 권력 등 “욕심삼종” 세트를 한껏 탐하여 먹다가 덜컥 체한 자들이 보여주는 한결같은 동정유발패션의 한 유형으로 자리 잡힌 지 상당기간이 흘렀다.

이런 이상스럽고 누추한 몰골로 깜짝 둔갑을 한 배경에는 잘난 사법 조력자들의 공이 지대하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최근까지도 이런 중범죄자들의 변함없는 동정모드 복색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온 것은 아마도 초라한 행색의 등장이 효능을 얻고 있다는 반증으로 이해해도 될 성 싶다.

이들 모두 피의자 신분이 되기 전까지는 멀쩡하게 희희낙락거리며 돈과 권력을 즐기던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법정출입 불과 몇 개월 만에 수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했을까.

어떤 경우는 병상에 링거를 꽂은 채로 짠하고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짓이 피의자의 꼼수라는 사실들은 삼척동자가 다 알고 있음에도 이들은 여전히 이런 모습을 선호하며 실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가 막힐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요즘은 휠체어에도 진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 그 종류와 기능들도 매우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소위 유행의 첨단을 구가하며 살아왔을 이들 피의자들이 휠체어만큼은 여전히 수동식을 고집할까 하는 생각이다.

아마도 수동휠체어에 비해 그들이 노리는 모종의 효과가 떨어져서이겠지 하는 상식선에서 이해해버린다.

진정 궁금한 일은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런 술수에 가까운 “깜짝유치쇼”들이 그 나름의 기능을 유지해온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쇼들을 그 잘나고 잘났다는 판, 검사들이 몰랐다면 이들 사법담당자들의 수준이나 의식이 문제이고 이와 반대로 뻔히 이런 엉성한 연극의 상황을 미리 알고도 약발이 받게 했다면 이는 사법정의에 반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데 관습에 따라 법 조력자들의 권고에 의한 일이라면 노회한 법 조력자들의 사고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여 지는 대목이니 이래저래 수동휠체어만 애꿎은 신세가 되는 셈이다.

혹 아는가 앞으로는 이런 못된 피의자들이 앉으려고 할 때 휠체어가 “ 여보세요 나는 당신들 같은 나쁜 범죄자들이 앉는 자리가 아니거든요? 멀쩡한 두 다리 놔두고 왜 나를 괴롭히나요?

내 자리는 보행이 불편한 이들이 편안하게 앉아 이동하는 자리라는 걸 아세요“라고 항변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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