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현 (영남취재본부 국장)

인간군상의 황금을 향한 대박의 열망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얼마 전 포항에서 서점을 경영하며 튼튼한 재력을 자랑하던 지역유지가 태백카지노에 들락날락하다 2년여 만에 패가망신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인류가 금을 발견한 이래 이 아름답고 부식되지 않는 금속을  확보하려는 욕망은 끝이 없었다. 피사로가 대서양을 건너와 잉카제국을 점령한 동기도 바로 황금이었다. 황금에 대한 욕망은 세계 역사도 바꿔놓았다. 콜럼버스에 의한 신대륙의 발견도 황금을 얻으려는 욕망에서 시작된 항해의 산물이다. 잉카제국의 마지막 황제 아타왈파는 스페인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에게 속아 사로잡힌 뒤 자신을 풀어주면 갇혀 있던 방을 금으로 가득 채워 주겠다고 제의했다. 

황제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잉카 전역에서 모여든 황금과 은이 24t이나 됐다. 한국은행이 현재 국내외에 보유한 금을 합하면 14t가량이라고 하니 아타왈파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비싼 몸값을 치른 셈이다. 그러나 피사로는 황제가 풀려나면 공격해 올 것이라고 판단 약속을 지키지 않고 처형했다. 황금을 직접 보관하고 교환하는 것은 위험하고 불편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금을 은행에 보관하고 대신 보관증을 받아 유통시키기 시작했다.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에 비례해 화폐를 발행하던 금본위제도의 기원이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져 금 생산량이 실물경제의 확장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자 금본위제도를 폐기하고 관리통화제도로 바꾸었다. 금은 외환과 함께 국가간 중요한 대외 지불수단으로 쓰인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1000억달러에는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도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채굴된 금의 60%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금은 국제시장에서 주요한 투기대상 금속이다. 비철금속을 거래하는 대표적인 시장 가운데 하나가 미국 뉴욕의 코멕스이다. 캐나다 노바스코샤 은행이 세계무역센터(WTO) 지하창고에 보관했던 12t의 금괴가 무사히 회수된바 있다. 코멕스 선물 거래를 보증하기 위해 보관했던 금이다. 미국의 상징인 초고층건물이 테러로 일시에 주저앉는 충격과 이글거리는 화염 과 고온속에서도 금은 온전했다. 이 같은 불변성 때문에 세상이 불안할수록 금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금은 그만큼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최고의 대명사다. 1860년대 모나코가 몬테카를로를 카지노의 도시로 치장했다. 재정난이 극심했던 당시에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박장을 만들어 인간의 꿈을 실현시켜보자는 아이디어를 구현시킨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귀족들이 대박의 꿈을 좇아 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돈과 사랑에 얽힌 이야기뿐 아니라 파산 자살사건들도 꼬리를 이었다. 카지노란 ‘작은 집’이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語) 카자(casa)에서 온 말이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귀족들의 오락공간이었으며 사교장으로 널리 쓰였다. 

나폴레옹 시대에는 한때 카지노 사업이 합법화되었다가 문을 닫게 되었는가 하면 이웃 독일에서는 베팅을 하는 최초의 칩이 사용되면서 일반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이탈리아 정부가 공식 승인한 대중적인 카지노가 베네치아에 등장했다. 

카지노는 타락과 파멸의 대명사였으나 그 도시의 재정을 뒷받침해주는 일등공신의 자리를 지켰다. 뿐만 아니라 베네치아를 모델로 한 도박장들이 여러 곳으로 확산되었다. 1930년대 대공황 때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서 은광이 발견되면서 이 도시가 세계카지노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세계 경제의 축인 미국과 일본의 성장률이 급전직하로 떨어지면서 아시아 주요 국가들조차 카지노 사업 등을 통해 재정수입을 올리고자 하는 움직임은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이슬람교국가인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중국까지도 경마나 카지노 복권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주)강원랜드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천억원에 이르지만 그 이면에는 황금의 대박을 쫒다 가산을 탕진하고 부랑자로 떠돌이 신세가 된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그런데도 몇몇 지자체들이 카지노 시설 허가를 받기 위해 정부와 계속물밑 접촉중이고, 경마.경륜에 이어 인터넷 도박사이트도 덩달아 극성이다. 젊은 노름꾼은 늙어서도 거지라는 속담이 있다. 결국 대박을 향한 꿈이 신세 망치는 길이다. 문명이 발전 할수록 늘어나는 도박판, 그 이면의 검은 그림자를 반드시 경계 또 경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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