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기 소방간부후보생 이지은

소방서에는 3개의 다른 벨소리가 있다. 화재가 났을 때 울리는 벨소리, 구조출동을 알리는 벨소리, 그리고 응급환자가 있을 때 출동을 알리는 각기 다른 벨소리이다. 출동 벨이 울리면 가슴이 뛰었다. 현장에 대한 긴장감과 설렘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리고 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신기하게도 긴장감과 설렘이 뿌듯함과 사명감으로 한가득 채워져 있었다.

어느 직업이 이보다 숭고할 수 있을까. 사람의 본능은 위험한 곳을 피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방관은 본능을 거스른다. 위험한 곳으로 달려가는 사람들. 내가 2주 동안 경험한 대원들은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달려가는 사람들이었다. 출동율 전국 1위, 이 곳 “화성”에서 2주 간의 관서실습을 하게 된 나는, 소방간부후보생이다.

소방관서 2주 동안의 실습은 학교에서 받던 훈련과는 다른 세계였다. 당연한 줄 알았던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은 출동대기의 연장이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출동 벨이 울리면 바로 나가야 했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면서 밥을 먹었다. 사건은 식사시간을 비켜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먹을 수 있을 때 먹어 둬야 한다.”는 구조대원분의 말씀은 ‘현장’의 시작에 불과하다.

출동을 나가 힘든 일이 있을 때 119를 찾는 시민들은 보면, 119가 시민들에게 얼마나 든든하고 친밀한 존재인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친근한 119가 부담으로 다가 오기도 했다. 응급한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특정’ 병원으로 이송을 원하는 시민, 단순 문 개방으로 인한 출동횟수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친절하게 노력하는 소방대원들의 모습은 존경스럽기도, 또 어는 때는 안쓰러워 보기기도 했다.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총알 구급차 안에서는 응급처치를 숭고한 손놀림에 긴장할 때도 있었고, 위험물을 취급하는 화재 현장에 당당히 들어가는 구조대원의 뒷모습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실습생으로 나와 있는 나는 직접 뛰어들어야 하는 대원들의 한 발자국 뒤에서 보조하는 입장이었지만 졸업을 두 달여 남겨둔 지금, 허투루 넘길 수 있는 현장은 하나도 없었다. 두 달 후 나의 모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을까. 내가 과연 지금의 이 대원들처럼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들이 무거운 책임으로 돌아왔다.

이곳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내가 단순히 경험하고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 내가 소방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한고 배워야 할 배움터, 바로 “현장”이 시작이었다. 아직 나의 능력은 미비하지만 이 작은 시작들이 나의 남은 30여년간의 소방인생에 출발이 되리라. 그리하여 짧았지만 또 길었던 구조, 구급, 경방의 경험들이 헛되지 않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길 다짐한다. 글고 이 곳 화성이 전국 출동 1위가 아닌 대한민국의 가장 안전하고 곳이 되길, 그리하여 화성시민들의 재난에 안심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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