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훈 원장 마음나눔 정신건강의학과의원원장동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광주광역시교육청 스쿨닥터

우리는 누구나 불안합니다.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직장인, 심지어는 국민 MC라고 불리는 유재석씨 마저도 데뷔 초기에는 카메라 울렁증이 있을 만큼 불안이 심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 걸까요?

우리는 거의 매일 불안과 마주하며 살아갑니다. 대부분은 불안을 두려워하고 되도록 피하고 싶어합니다. 많은 분들이 불안을 힘들어하며 ‘어떻게 하면 불안이 없어지나요?’라며 저에게 묻곤 합니다. 불안하지 않기 위해서는 불안에 대해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불안이란 것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위험한 상황을 미리 알리고 대처할 수 있게 해주는 ‘알람’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다만, 이 알람이 시도 때도 없이 울리거나, 울리지 말아야 할 때 울리니까 문제인 것이죠. 그렇다면 불안이 없기만 한 것이 좋은 것일까요흉기를 든 치한이 앞에서 달려오고 있는데도 불안하지 않거나, 큰 시험을 앞두고도 불안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는 더 위험하고 아찔한 상황을 겪게 될 것입니다.

또한 불안이라고 하면 우리는 언뜻 심리적인 것만 생각하게 되는데 사실 불안할 때 일어나는 일들을 생각해 보면 단순히 심리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식은 땀이 나거나, 손발이 떨리고, 입이 바싹바싹 마르기도 하고, 머리가 어지럽거나 두통을 겪기도 합니다. 이렇듯 불안 할 때 나타나는 증상은 흔히 신체적인 것으로 표현됩니다. 그래서 공황장애와 같이 신체적 증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불안 장애를 겪는 분들은 자신의 신체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분들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기 전에 심전도나 초음파, 심지어는 CT나 MRI 같은 검사까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러한 검사 상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 분들은 이런 증상이 불안 때문인 걸 미리 알았다면 검사를 하지 않았을거라고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불안을 즐기기도 합니다. 스카이 다이빙이나 번지 점프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들도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 기구를 즐기는 것을 보면 불안의 느낌이 꼭 불쾌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그런 위험하고 무서운 것은 좋아하지 않아.’라고 하는 분들도 가끔씩은 스릴러 영화를 보거나 긴장되는 핸드폰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불안을 즐기고 이기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들 불안을 떨쳐 버리려고만 합니다. 하지만 불안을 마냥 피하려고만 한다면 긴장이 더 심해지고 더 불안해 질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불안을 껴안으라고 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불안이라는 신호는 우리가 모르는 우리를 변화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힘을 품고 있고, 보다 안전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불안을 좀 더 잘 이해하고 껴안을 수 있다면 불안은 우리 삶의 길을 함께 해 주는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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