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영 大記者

노블리스 오블리즈란 말은 가스롱 피에르 마르크 프랑스 작가가 1808년 처음 사용했다. 그후 이 사상이 서구사회지도층의 큰 덕목이 되었고 자본주의를 발전보다 성숙시키는데 촉매제로 자리 잡았다.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을 압축한 이런 어휘가 우리나라에는 아쉽게도 없다. 유사한 뜻으로 선행(善行)적선(積善)같은 단어가 있으나 이는 가난하거나 사회적 약자들이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돼있어 부자나 권력을 가진 특권층의 도덕적 책무를 규정한 것이 없어 프랑스어를 그대로 상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프랑스에서 이 어휘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우리나라에는 이런 사상이 있었으니 이 사상의 본류가 한국이 아닌가 한다, 조선왕조시대 삼정(三政)이 문란했던 말기 이전에는 청렴과 도덕으로 무장된 선비가 나라의 기둥이었다. 

조선시대 ‘참선비’상을 열거하면 학문을 닦아 국가 사회 이웃을 덕화하는 사람, 사물과 이치에 밝으면서도 너그러운 사람, 신의를 존중하고 정성을 다하는 사람, 청빈을 부끄러워 하지 않으면서도 적선을 베푸는 사람, 벼슬이나 학문이 높아도 교만 하지않고 예의범절을 갖추고 국가가 위급 할때는 목숨을 먼저 내놓은 사람으로 통칭된다.

조선초기 매사성 황의정승이 남긴 많은 일화나 국난이 일어났을 때 의병을 일으킨 선비들, 사약을 받거나 유배를 가는 한이 있어도 왕에게 옳곧은 간언을 서슴치 않는 선비들이 있어 조선왕조가 500년 이상을 지탱해왔다. 조선시대 부자들도 사회공헌을 한 예가 많다. 지난번 방영했던 제주 김만득을 비롯해 부자 가문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로 표상이 되는 경주 최부자 가문이 대표적이 예다. 1560년에 태어나 당대에 부를 이룬 최진립은 부자로서 지켜야할 책무 여섯가지를 만들어 자손대대로 지킬 것을 일렀다.

첫째 과거를 보돼 진사 이상벼슬은 하지 말라, 둘째 만석이상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셋째 흉년기에는 땅을 놀리지 말라, 넷째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다섯째 주변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여섯째 시집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

이 같은 6훈을 대대로 이어 실천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자금 거액을 내놓았고 광복후 1647년 대부분 재산을 대구대학 설립기금으로 출현 12대 350여년을 이어왔다. 옛날에 ‘3대부자없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 했는데 최 부자 집만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철저히 지켜냈고 마지막에는 전부 사회 환원을 해 한국의 대표적명문가로 그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일본 이모노 나나미가 쓴 ‘로마이야기’를 보면 로마를 지탱해준게 바로 이정신이었다고 한다. 전쟁이 나면 귀족이 제일먼저 전선을 나가는 전통 때문에 ‘한니발’과 치른 16년간의 ‘카르타고’전쟁에서 최고지도자 그룹인 집정관이 16명이나 전사했다. 로마는 노예와 귀족의 차이를 사회적 책임으로 가름 로마가 2000년 이어 왔다고 한다. 

근세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의 고위층 자제들이 다니던 ‘이튼칼리지’출신자가 2000명이나 전사했고 6.25한국전쟁에서는 미국의 현역장성아들 142명이 참전, 35명이 전사 또는 부상당했다. 그러면 오늘날 우리나라는 어떤가? 기부문화나 자원봉사제도가 조금씩 활성화 되고 있으나 실제는 중산층 이하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인 시민들이 법을 준수하고 선행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대학에 기부금을 내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 또한 사회에 알려진 지도층인사보다 알뜰살뜰 살아온 평범한 서민들이 대부분이다. 오는 6.13지방선거를 앞둔 후보들의 국가권익위원회가 조사 발표 한바에 의하면 국민들로부터 가장 불신 받는 직업군이 국회의원이라하니 이들에게 국가장래를 맡기고 있다는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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