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영 大記者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몇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일본에 관한 화제가 돌았는데 지성인으로 알고 있는 한 분이 “이씨조선(李氏朝鮮)이란 어휘를 두 번이나 쓰는 것을 들었다.필자는 듣기가 거북했지만 남의 실언을 꼬집는 것 같아 가만있었는데 어느 누구도 이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많이 배웠다는 분이 이런 용어를 함부로 쓰는 것을 보면 보통 사람들의 국사 인식이 얼마나 부족하고 잘못 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역사상 있었던 왕조시대 국가를 창업자 성씨와 국가 이름을 합해 부르는 예가 없다. 이 방법대로라면 신라는 “박씨 신라”로 고려는 “왕씨 고려”라 불러야한다. 중국에서 “유씨한”, “이세당”, “주세명” 같은 용어가 없고 서구여러나라도 이런류의 용어는 아예 없다. 다만 일본은 “가마 꾸라 막부”, “도쿠가와 막부”라는 말을 쓰는데 저들 일본의 상징이란 천황아래서 무력으로 정권을 잡았던 세력 이른바 정권의 호칭일 뿐이다.

그럼에도 조선을 조선이라 부르지 않고 굳이 이씨조선이라 부르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상식에 맞지 않는 용어다.

특히 이 용어가 만들어진 내용과 어원(語源)을 안다면 절대로 써서는 안 된다. 해괴한 이 용어를 만들어 낸 것은 일본이 우리민족을 강제 침탈한 후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조작해 낸 용어다.

친일파를 매수하고 고종과 순종을 무력으로 협박, 국새를 도용날인, 한일합방 한 것을 대내외에 감추고 한 국민에게 합방의 정당성을 뇌리에 심어주기위해 못된 짓을 한 것 중의 하나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조선은 사색당쟁만 하느라 스스로 망해 일본에 조선통치를 맡겼다는 식의 선전이다.

저들은 한국인을 “죠센진”이라 비하하고 열등한 민족으로 일본의 지배를 마땅히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은근슬쩍 유포시켰다. 일본은 조선총독부 산하에 조선사 편수실을 만들어놓고 여기서 우리역사를 왜곡시켰다. 조선을 “이씨조선”으로 불러 천황제를 하는 저들 아래에 있을 법 한 제후국으로 낮추려했다. 또 조선을 개국한 태조(太祖)를 보통사람 이름 부르듯, 이성계로 부르도록 하고 조선조실록을 조선황조실록, 이씨조선신록이라 부르도록 부추겼다. 이런 것도 모자라 저들의 천황도 아닌 일개 친구라는 황후가 신라를 정벌 굴복시켰고 백제 고구려도 손을 들었으면 한반도 남부를 통치했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저들 역사책에 있다면서 이를 사실인양 선전했다.

이 같은 억지 주장과 한국역사훼손조작 등은 모두 한국이 일본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논리를 뒷받침하기위해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조작된 논리를 한국인 뇌리에 심어 한국인의 정체성을 말살시키고 일본예속화에 속도전을 내기위한 술책이었다. 이 같은 온갖 전략술책을써도 한국인들이 저들에 동화 되지 않자 한국어를 말살하고 창씨개명까지 강요했다. 이에 곁들여 한국인도 황국신민이란 억지를 부리면서 내선일체를 내세워 한국인을 순치하려 들었다.

일본의 집요한 한국인 동화정책에서 하수인 역할을 한 자들이 바로 친일파 한국인이었다는 것은 자괴감을 갖게 한다.

총독부 조선사 편수실에서 일본이 의도한 한국사 왜곡에 한국인의 참여, 광복과 건국 후 밝혀진 식민사관(植民史觀)을 만들어 냈다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일제 잔제인 식민사관 용어가 계속 통용되어왔는데 한국 국사학계가 식민사관을 공식명명한 후도 이를 모르고 쓴다는 것은 한국인의 주체의식을 스스로 포기 하는 것과 다름없다.

일본은 지금까지도 진솔한 사과나 반성 한마디 없다. 이상한 용어로 얼버무리고 덮어두려 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가끔씩 한국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망언을 하고 정치인, 극우파 지식인들이 있다. 참으로 일본이란 나라는 이상한 나라다. 이제 남은 것은 일본이 개과천선 가까운 이웃나라로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당분간 그 가능성은 엷어 보인다. 그럴수록 우리는 나라를 빼앗긴 잘못이 무엇인지를 자성 귀감으로 삼아 이를 대비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똑바로 세워가야 한다. 일본이 우리를 계속 얕보고 가깝고도 먼 나라로 남겠다하면 일본을 극복하는 극일(克日)밖에 없다. 극일의 지름길은 일본의 잔재를 말끔히 씻어내는 것이고 그 가운데는 “이씨조선”같은 식민사관 용어를 쓰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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