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피의자 동의없이 경찰서 밖 조사는 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관이 경찰서장의 사전승인 없이 압수수색 현장에서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없이 조사를 진행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24일 밝혔다.

인권위는 해당 경찰관에 대한 경고 조치와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서울 A경찰서장에게 권고했다.

진정인 B(43·여)씨는 지난해 3월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면서 내 동의를 받지 않고 진술거부권 등 피조사자의 권리고지도 하지 않은 채 지점장실에 데리고 들어가 큰 소리로 위협해 사실과 다른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했다"고 진정을 냈다.

경찰은 B씨가 산모들에게 전화해 "분유에 대장균과 식중독균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유명 분유 업체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B씨의 사무실 컴퓨터와 책상서랍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B씨에게 "원하면 가까운 경찰서로 가서 변호인을 선임해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으나 "B씨가 사무실에서 조사받겠다고 동의해 지점장실에서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또 조사과정에서 자유롭게 지점장실 안팎을 드나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은 "B씨가 추후 범행을 축소할 우려 등이 있어 부득이한 사유로 경찰서장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조사결과 "경찰이 진술거부권 등피조사자의 권리고지를 명확히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사무실 내 별도의 독립된 공간인 지점장실에 B씨를 데리고 들어가 문을 닫고 조사해 동료 직원이 들어오려는 것을 제지했다. 조사가 종료될 때까지 B씨가 지점장실 밖으로 나온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리 '헌법' 12조는 신체의 자유를 보장한다. 또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임의수사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며, 임의성 확보를 위한 방편으로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 제56조 제4항은 경찰이 소속 경찰서 이외의 장소에서 조사를 할 때는 경찰서장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이 B씨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실시하면서 조사의 임의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범죄수사규칙'을 위반해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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