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환 이사·영남총괄취재본부장

지금, 이 계절은 오디와 산딸기(복분자), 버찌의 계절이라 일컷는다. 그중에서도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노화예방이나 시력보호, 면역력증진, 당뇨와 고혈압에도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으며 암예방 효과에도 우월한 것으로 알려져 인기가 대단하다.

오디는 알다시피 뽕나무 열매다. 필자는 어찌 오디 맛을 알아서 오디철이면 열일 제쳐놓고 꼭 챙겨먹는다. 먹으면서 나눠먹을 것까지 챙기며 한껏 욕심을 부리는 걸 보면, 내가 들인 오디 맛이란 몰래 점찍어둔 맛, 애태우며 기다리다 냉큼 따 먹는 맛, 오고가는 길에 설레는 맛이었던 듯하다. 형제 많은 가난한 집 아이처럼 뒤늦게 욕심부리게 되는 어떤 맛으로 각인되어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은 일찌감치 그 맛을 알았는지 오디 얘기를 하면 입맛부터 다시고 어린 시절 추억을 꺼내놓는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에 양잠하는 집에 몰래 들어가 오디를 훔쳐 먹었다는 오디 서리부터 소풍길에 오디나무에 정신이 팔려 혼자 외떨어졌던 사연까지. 그들에게 오디 맛은 세월을 간직한 맛이었다. 

오디 맛을 아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새들이야말로 일찌감치 그 맛을 알아버린 얌체족 중에 얌체족. 오디 서리한 어린애가 입술에 시커먼 증거를 남기듯 새들은 똥으로 증거를 남긴다. 그래서 오디철 새똥은 징그럽게 시커멓다. 하루 세워둔 차 여기저기 시커먼 오디 똥이 찍찍 선을 그었다. 

복분자철에는 예쁜 보랏빛을 띠어서 좀 견딜 만한 그림이 나오는데, 오디철에는 도무지 참을 수 없는 그림이 나온다. 새들에게 오디 맛은 아무래도 짓궂은 장난질의 맛인 듯하다.

과일나무가 있다고 과일을 따 먹는 건 아니더라. 앵두는 꽃필 무렵 추우면 말짱 꽝이고, 자두는 새와 벌이 먼저 먹어 버린다. 살구 역시 꽃구경한 걸로 넘어갈 판이다. 과일나무들이 사람 손에 길들여져 온실의 화초처럼 바뀌고 있다. 한데 심지도 않았는데 우리를 먹여 살리는 과일이 있으니 그건 바로 오디다. 

뽕나무는 있는 듯 없는 듯 수수한 나무지만 어린순은 나물로, 이파리는 장아찌로, 줄기와 뿌리는 약재로 어디 하나 버릴 데 없다. 게다가 그 열매 오디는 6월 한달을 가득 채운다. 뽕나무는 ‘내 열매를 먹어 달라’고 오디를 달고 맛있게 만든다. 

동물의 뱃속에 들어갔다 똥으로 나와 씨를 퍼뜨리려고. 그러다 보니 씨가 뱃속에 오래 있지 않게, 확 뚫고 나온다. 사람의 손길이 없어도 자연에서 살아남는 힘을 가지고 있다. 새도 그걸 알고 오디 철에는 오디 먹고 오디 똥을 싼다. 

그런데 이 오디를 한웅큼만 먹어도 새까만 똥을 눈다하여 이즈음엔 새까만 똥 천지라는 말로 회자한다. 오디를 먹은 사람이며 새는 물론이고 심지어 농촌지역 개(犬)가 누는 똥까지 새까맣다니 가희 그럴만 할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부정행위를 일삼은 자들의 똥도 새까맣다고 하여 지레 겁을 먹은 자들이 오디근처에는 가지도 않아 올해 오디 판매량에 차질이 있다나 머라나...

언제 검경 수사관들이 들이닥칠지 몰라 속이타서 똥이 새까맣게 탓다는 후문이 나돌고 있으니 그랄만도 하지. 

오늘은 똥애기 좀 합시다.

후지타 고이치로가 쓴 ‘쾌변천국’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똥은 사람의 몸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잉여물을 자연으로 되돌려주는 것이다. 인간은 식물의 배설물인 산소와 함께 다른 영양분을 섭취하고 똥을 배출한다. 이 똥은 거름이 되어 식물에 섭취된다. 사람과 똥과 지구는 한몸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새까만 똥을 누고, 죽기 전에도 새까만 똥을 눈다’고 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누는 태변은 까맣고 끈적끈적하다. 배내똥이라고 하죠. 며칠 지나면 노란색 똥이 나온다. 그러다 황색 똥으로 바뀐다”

대변의 색깔로 여러 질병을 의심할 수 있다. “지나치게 옅은 갈색이면 적혈구가 파괴되는 자가면역 질환이나 간 질환을 의심해야 해요. 희거나 회색이라면 담도가 폐쇄됐을 수 있고요. 피와 고름이 섞인 설사를 한다면 대장이나 직장에 염증이 있는지 의심해야 합니다. 또 채식을 한 것도 아닌데 기름지고 양이 많으면 췌장염에 의한 흡수장애가 있을 수 있어요. 똥에 코 같은 점액이 자꾸 묻어나오면 대장암을 의심해야 합니다. 대장암을 만드는 세포가 점액질을 분비하거든요.”

똥이 영어로는 ‘덩(dung)’이다. 발음이 비슷하지 않은가. 대변 볼 때 ‘똥’ 하고 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속설이 있다. 동양에서는 ‘쌀이 소화되고 남은 찌꺼기’라는 의미로 분(糞) 혹은 변(便)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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