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대 영남취재본부 부국장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의 북상 소식에 불안해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난해 11월 지진으로 인해 이재민이 된 포항지역 주민들이다. 

지진으로 파손된 집을 떠나온 지 7개월이 지났지만 불안감에 새우잠은 그래도 나은편이다. 비라도 올라치면 금이간 벽에서는 물이 새고 있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할때가 많기 때문이다.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 200여 명 가운데 40여 명이 텐트 생활을 하고 있다. 다리조차 제대로 뻗기 힘든 작은 텐트에 살림살이라곤 세면도구가 전부다. 

이곳 대피소 이재민 숫자는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대피소에 있어야 보상을 받는다”는 소문이 퍼지자 하루사이에 300여명이 급증, 구호소 생활 시민이 1,377명에 달하는 사태를 빗기도 했었다.

흥해지역 아파트에서 30여년을 살아온 한 이재민은 자식들을 다 키워 내보낸 뒤, 평화롭던 일상이 지진으로 송두리째 망가졌다고 한다. 지진 이후, 트라우마로 인해 앉아있어도 흔들려 두근거리는 마음 때문에 신경안정제를 끊을 수가 없다고 호소하는 한 이재민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보려 했지만, 땅이 흔들리는 느낌 때문에 앉아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포항시에서 트라우마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심리안정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주민들의 피부에는 잘 와닿지 않는다고 한다.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지내고 있는 이재민들도 요즘 같이 비가 잦은 장마엔 불안해서 하루에도 몇 번 씩 집에 들른다. 

문제는 포항시 측이 지난 1월 정밀안전진단결과 사용 가능 판정을 내렸지만, 주민들은 이 같은 검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단다. 주민들이 지난 4월 자체적으로 자비를 들여 정밀안전진단을 받았는데, 이번엔 정반대인 사용불가능 판정이 나왔다는 것이다. 

두 검사 결과가 다른 이유는 적용 지침이 달랐기 때문인데 포항시에선 1988년에 마련된 안전진단 지침을, 주민들은 2016년에 개정된 좀 더 까다로운 안전진단 지침을 적용했다.  

결국 행정안전부에 판단을 요청했는데, 행안부에서는 대피소 운영 지침인 '임시주거시설 운영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입·퇴소기준은 여전히 불명확하다. 

"소파 결정을 받은 이재민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행안부 재난구호과 관계자는 "소파 판정을 받는다고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가급적 귀가 조처해야 한다. 시가 현장 상황에 따라 하는 것이지 무 자르는 것처럼 할 순 없다"는 모호한 기준에 최종 결정은 결국 포항시의 몫이 됐다. 

포항시의 판정결과가 맞다는 공문을 보낸 행안부 지진방재과 측에서는 "시설안전관리공단 등의 자문을 받은 결과 건축물이 88년 지어졌기에 88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최근 지어진 건물일 수록 판정 기준이 엄격해 사용불가능 판정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어쨌든 최종 결정은 포항시가 하는 것"이라는 핑퐁식 해석을 내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지진에 이어 호우와 태풍과 맞닥드리게 된 이재민들은 또 한 번 불안해지고 있는데도 행정안전부와 포항시는 핑퐁식 해결책만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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