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영 大記者

소크라테스는 “시장에 가 보면 사고 싶은 것 천지다.” 그러나 내게 꼭 필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라고 했다. 

그의 아내도 돈 쓰는 일로 남편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주었음직하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요절한 데도 그의 아내의 낭비벽이 한몫 했다는데 대해서 별로 이견이 없다. 링컨의 아내 역시 백안관을 꾸미는데 그녀의 충동구매의욕을 제지 할 수 없음에 대하여 한탄한 적이 있다. 그뿐인가 케네디 대통령도 재임 중에 부인 재클린이 세계의 패션을 리드하는 화려함에 대한 욕구 때문에 적잖이 고민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몇 해 전 우리나라에서는 고관의 부인들이 가지고 싶어 했던 물건 때문에 남편들이 고위직에서 물러나는가 하며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회사 사모님도 충동구매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나고 감옥까지 가는 일이 있었다. 

영국에서는 충동구매를 심각한 정신병으로 간주하고 치료를 위해서 의료보험을 적용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우울증 치료제인 “시탈로프람”이란 약이 충동구매 중독증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청소년들이 충동적으로 쓴 카드 빚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 청소년 중에 휴대폰이 없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 휴대폰으로 나오는 광고나 선정적인 내용들이 판단력이 약한 청소년들의 충동을 억제 할 수 없게 만든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그 휴대폰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결재도 휴대폰으로 하는 세상이 되다보니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게 된다. 휴대폰으로 홈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고 사진을 받으며 책이나 음반 등을 매우 간편하게 결재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충동구매 중독증은 작은 문제가 아닌 게 분명하다. 적당한 욕심과 충동은 삶을 활기차게 하고 그것을 충족했을 때 사는 것만큼 기쁘고 행복한 것은 별로 없다. 그러나 사람이 겪는 비극 중 충동 때문에 저질러진 것 또한 수도 없이 많다. 

꼭 필요하지는 않으면서 물건을 본 김에 사고 사은품이 욕심이 나서 사고 앞으로 필요할 것 같으니까 사고, 색깔이 좋아서 사고, 필이 와서 사고, 광고에 넋이 나가서 사고, 그러고는 금방 후회하고 카드 빚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깨어지고 우울증, 가정파탄, 자살까지 가는 일이 드물지 않다.

“르와젤마틸드”는 아름답고 꿈 많은 여인이었다. 문교부 하급 공무원인 남편을 늘 만족스럽지 못하게 생각하면서 그럭저럭 보내던 어느 날 남편이 대단한 파티 초청장을 가져온다. 문교부 장관이 참석하는 그 파티에 부부가 참석하여 달라는 초청이었다. 마틸드는 이런 기회에 자신의 미모와 사교적 재능을 맘껏 자랑하고 싶었는데 입고 갈 옷이 없다고 투덜댄다. 

남편이 그동안 따로 모아 두었던 돈으로 옷을 샀지만 기왕에 멋진 옷에 장식품까지 사면서 금상첨화 일거라는 생각이 들어 돈 많은 친구 폴레스체 부인에게서 진주 목걸이를 빌려 파티에 참석한다. 사람들이 그의 아름다움을 부러워하고 유쾌한 말솜씨에 매혹되었고 그녀는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새벽에 돌아오게 된다. 그러고는 기절초풍할 일이 벌어졌다. 그 목걸이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자존심 때문에 목걸이를 잃어버렸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그때부터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생활이 시작된다. 집을 저당 잡히고도 모자라 감당하기 힘든 빚을 져서 그것과 똑같은 목걸이를 사다가 돌려주고 나서는 그 빚을 갚기 위해 10년의 세월을 참혹한 만큼 고생하며 사는 것이다. 

빚을 거의 갚아 갈 때쯤 되어서 우연히 길에서 폴레스체 부인을 만났지만 그는 마틸드를 알아보지 못한다. 너무 늙고 고생에 찌들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10년의 세월을 다 바쳐 3만6천 프랑짜리 목걸이를 보상하느라고 고생했다는 것을 고백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들은 폴레스체 부인은 “ 가엾어라 마틸드 ! 그런데 내 보석은 가짜였어. 잘해야 5백 프랑도 안 나가는.” 모파상의 “진주 목걸이”에 나오는 이야기는 한순간의 해명이라도 얼마든지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슴깊이 타이르고 있다. 

사람들이 충동구매를 하는 가장 보편적인 이유는 삶의 자세가 충실치 못한 데서 비롯된다고 한다. 마음이 허전한 사람 자기 삶에 대한 바른 가치관이 서 있지 않고 다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허를 가진 사람이 욕망을 채우고 허영을 채우고 소유욕을 채워서라도 그 공허를 메워보려는 데서 충동구매도 성범죄도, 방화도, 살인도, 심지어 자살도 저지르는 것이다. 꼭 없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충동 때문에 시작해서 점점 중독되어 빠져 나 올 수 없는 진흙 구덩이에 빠지는 것이다. 사람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삶에 대한 확실한 가치관을 세우고 흔들리지 않는 지향점을 가질 때 가능한 것이다.

너무 자주 인간을 파멸로 몰고 가는 욕망과 충동중독증을 치료하는 길은 사랑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 다른 욕망으로 얼룩진 이기적인 사랑이 아니라 돌아온 탕자를 있는 그대로 끌어안은 아버지처럼 우리의 허영과 욕망 수치와 절망까지도 끌어안아서 영원한 것으로 승화시키는 사랑만이 유일한 치료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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