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준 영남취재본부 국장

사진속에서 폐그물에 갇힌 거북이와 1회용 면봉을 자기집으로 알고 꼬리로 감고있는 해마, 비닐로 온몸이 휘감긴 황새 등을 보고있노라면 머지않은 시간에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보는듯해 섬짖함 마져 든다.

플라스틱은 매우 유용하다. 플라스틱은 강하고 값이 싸며 어떤 형태로든 모양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녹슬거나 변색하지 않으며, 썩거나 곰팡이가 끼지도 않는다. 물과 공기가 스며들지도 않는다.

이처럼 다양한 장점을 가진 플라스틱은 오늘날 우리들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됐다. 집에서 사용하는 일상 용품, 잡화류, 식품 포장재 등으로 아주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유용한 플라스틱도 쓰고 난 후 버릴 때는 큰 골칫거리가 된다. 사용하고 난 플라스틱을 없앨 방법이 없는 것이다. 

만약 지금 이대로 플라스틱이 사용된다면, 우리들이 지상에서 모두 사라진 후에도 플라스틱은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플라스틱을 자연에서 뽑아 내는 방법은 알아냈지만 다시 자연으로 돌려 보내는 방법은 아직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바다에 떠 다니는 플라스틱과 낚시꾼들이 내버리는 낚시줄이나 낚시도구도 점차 바닷가에 쌓여 간다. 나날이 늘어 가는 바다의 플라스틱으로 어장과 바다의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인 줄 알고 삼켰다가 죽은 바다거북이나 물고기에 관한 기사도 신문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면 소금물과 자외선이 플라스틱의 화학 성질을 바꿔 미립자 플라스틱으로 변하고 물고기가 마시고 그 물고기는 오늘 내가 먹은 생선일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해양 표류물의 약 60%가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하지만 분리 수거 비율은 14%에 그치고 있는데, 자원순환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얼마전 외국에서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생수 200여 종을 분석해 본 결과 놀랍게도 90% 정도 되는 생수 물에 아주 작은 플라스틱 입자들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생수는 조사 대상이 아니었지만 우리가 먹는 생수도 걱정이 아닐 수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은 일 년에 3억8000만 톤으로 전 세계 GDP 증가 속도의 거의 3배에 이른다. 1950년 이래 생산된 63억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 중 9%만이 재활용되고, 12%는 소각되고,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자연에 그대로 버려진다.

플라스틱의 소각, 매립에 의해 발생하는 환경오염. 우리나라 대부분의 자치단체들도 플라스틱을 소각 부적합물로서 그대로 매립하고 있는데, 종류가 많고, 분별이 곤란하기 때문에 가연 쓰레기 속에 섞어 들어가는 비율도 높다. 

플라스틱은 소각 시 유해가스가 발생하고, 고온을 발열하기 때문에 로가 파손된다. 특히 염화비닐은 염화수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그 배기가스 처리에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또한 그 외의 중금속과 반응, 로 내에서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을 발생시킨다. 

한국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이 2011년 83.7%에서 2016년 85.7%로 꾸준히 오르는 추세나 노르웨이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진다. 

이같은 난공불락의 폐플라스틱 분해에도 최근들어 자그마한 희망의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취미로 꿀벌을 기르는 어느 아마추어 양봉가가 벌통에서 기생충을 잡아 비닐봉지에 담았다. 이튿날 보니 비닐봉지는 여기저기 구멍이 나 누더기가 돼 있었다.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갉아먹은 것이다.

영국과 스페인 연구자들은 이 우연한 발견을 지나치지 않았다. 애벌레의 정체를 알아보니 꿀벌부채명나방이었다. 이 나방은 꿀벌이나 말벌 벌통 안에 알을 낳는데,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벌집의 밀랍을 먹고 자란다.

세계적으로 해마다 1조개의 폴리에틸렌 재질 비닐봉지가 쓰인다. 환경에 버려진 비닐봉지는 쓰레기 매립지에 묻혀 토양을 질식시키거나 바다로 떠내려가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가 이 세계적인 플라스틱 환경오염 문제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시민단체 활빈단은 '제23회 환경의 날' 인 지난 6월 5일 "플라스틱 공해 퇴치(The Beat Plastic Pollution)를 국민생활속에서 실천해 쓰레기 배출을 줄이자"고 촉구했다.

또한 "해산물 보고이자 섬 천국인 전남·전북·경남·충남·제주도와 인천·울산·포항·속초시 등 임해지 지자체는 바다와 도서지방 수산환경 오염 방지책을 내놓으라"고 덧붙였다.

우리 생활속의 폐플라스틱 폐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사용 빈도를 낮추어 배출을 줄이는 한편으로 철저한 분리수거를 통한 재활용만이 그나마도 만연되고 있는 폐플라스틱 공해를 해결하는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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