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계양소방서 작전119안전센터 소방사 박기훈

작년 11월, 소방관으로 임용되어 첫 근무를 시작하였다. 소방관으로서 근무 하다 보니 출퇴근길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길거리에 설치된 소화전. 아무것도 모르던 학창시절에 소화전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단순히 소방차량이 물을 공급 받는 장소라는 생각이 전부였다. 하지만 직접 현장을 경험해보니 화재현장에서 소방차량에 적재된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었고 이에 따라 현장 인근에 있는 소화전은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화전을 한 달에 한번, 동절기에는 한 달에 두 번씩 꼭 나가서 점검을 한다. 직접 용수가 나오는지도 확인하고 소화전에 설치된 관구 캡, 스핀들 작동상태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다. 

지난 9월7일 오후 4시경 서구 석남동 가구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지원출동을 나가보니 화염이 공장 전체를 뒤덮고 있었고, 아무리 물을 뿌려도 화재는 쉽게 진압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때도 인근에 있는 소화전을 이용하여 물을 공급받는 소방차량들이 많이 보였다. 화염은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진압되었다. 만약 소방차량에 적재된 물을 다 소진했는데도 주변의 소화전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였다면 인근에 있는 다른 건물에도 불이 번져 재산피해는 물론 많은 수의 인명피해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소화전 앞에 불법주차를 하는 차량들이 많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도 실제로 소화전 앞 불법주·정차 단속 출동을 경험했던 적이 있다. 소화전의 경우 주위 5미터 이내에는 불법 주·정차를 할 수 없을뿐더러 불법주·정차 차량은 강제처분이 되며 과태료 부과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서 나와 내 가족 더 나아가 내 이웃을 위해서라도 이 사항은 꼭 지켜야 할 사항이다. 다행히 차량소유자가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부분은 한국사회에 소방관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가져온 긍정적인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소방관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현장을 뛰고 있다. 이에 따라 소화전에 대한 작은 관심과 시민의식의 변화가 요구조자와 소방관들의 안전 그리고 나아가 안전 불감증으로 덮힌 대한민국을 살리는 중요한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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