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보훈청 보훈과 오제호

전쟁기념관 야외 전시장 한 켠에는 기장 9.8m, 기폭 11.3m, 높이 4.2m의 전투기가 전시되어 있다. 194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전투기의 이름은 ‘F-51D Mustang’으로, 지난 2016년 문화재청에 의해 등록문화제 제666호로 지정되었다. 이 전투기는 1950년부터 대한민국 공군의 주력기로서 역사적 가치가 높고, 항공기 운용과 조종사 훈련 등에 활용되며 우리나라 공군력 근대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이 전투기는 아래에서 소개할 10월 이달의 6·25전쟁영웅인 딘 헤스 대령(Dean Elmer. Hess)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1917년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난 딘 헤스 대령은 본래 목사였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발생하자 공군으로 입대한 딘 헤스 대령은 세계2차대전에서 조종사로 63회 출격하여 연합국의 승리에 기여했다. 이후 6·25전쟁이 발발하자, 대한민국 공군을 지원할 제6146 군사고문단의 창설 책임자로 임명되어 우리나라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었다.

6·25전쟁 발발 당시, 대한민국 공군은 창설 3년차를 맞이했지만 전쟁에 쓸 수 있는 전투기는 보유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렇듯 열약한 대한민국 공군을 지원하고자 딘 헤스 대령이 지휘하는 제6146군사고문단은 대한민국 공군 재건을 위한 작전 ‘한판 승부(Bout One)’을 세우고, 부대명도 ‘바우트 원 대대’라 칭했다. 이들은, 앞서 언급했던 무스탕 전투기 10대를 우리 공군에 인도함으로써, 마침내 대한민국 공군은 공중전이 가능한 전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공군을 명목상으로만 지원할 뿐, 우리 공군을 양성할 계획이 없었던 미국은 ‘바우트 원 대대’를 곧 해체하여 미국 공군에 전속시키려 했다. 대한민국 공군을 훈련시키면서 이들의 강렬한 구국의지에 감명받았던 딘 헤스 대령은 미군 지휘부를 설득하여 ‘바우트 원 대대’의 존속을 이끌어냈다. 이후 딘 헤스 대령은 우리나라의 조종사들에게 전투기 운용 기술을 전수하는 한편, 그의 애기(愛機) 였던 F-51D 전투기로 250회 출격하여 대한민국 수호에도 일조하였다. 이 기록은 당시 우리나라 조종사의 최대 출격 횟수인 故 유치곤 장군의 203회를 뛰어넘는 독보적인 수치이다.   특히 전황이 급속도로 악화된 1951년 1·4후퇴 즈음, 서울에 남겨질 전쟁고아들의 안위를 걱정했던 딘 헤스 대령은 다시 한 번 미군 지휘부에 역행했다. 단 한 대의 항공기도 아쉬운 상황에서 전쟁 고아를 수송하기 위한 항공기 운용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동분서주한 끝에 ‘C-54 수송기’ 16대를 확보하여 고아 950명과 고아원 직원 80명을 제주도로 구출할 수 있었다. 이를 함께 주도한 러셀 블레이즈델 중령이 명령불복종죄로 군사재판에 회부된 사실을 감안하면, 이 일은 당시 군인 신분을 걸어야 할 정도의 용단이었다.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딘 헤스 대령은 전쟁고아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한국 고아를 실제로 입양하는 등 6·25전쟁으로 맺어진 인연을 이어나갔다.  

이렇듯 대한민국 공군의 근대화에 크게 기여하고, 우리나라의 수호 자체에도 공헌하였으며, 한국인들에게 국경을 초월하는 사랑을 보여준 것이 2018년 10월 이달의 6·25전쟁영웅으로 선정된 딘 헤스 대령의 진면목이다. 대한민국 ‘공군의 대부’요, ‘전쟁 고아의 아버지’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딘 헤스 대령의 애기였던 F-51D 전투기에는 ‘신념의 조인(信念의 鳥人)‘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는 그의 좌우명인 “믿음으로 하늘은 난다(By faith, I fly)”을 한국 정비사가 한역(韓譯)한 것이다. 아무 연고도 없는 대한민국에 목숨을 걸고 참전한 사실, 그 대한민국의 공군과 아이들을 위한 헌신, 미국으로 돌아가서 보여 준 대한민국 전쟁고아 후원활동 등 딘 헤스 대령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그의 신념에 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유추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신념이란 수많은 UN참전용사들이 보여준 자유와 평화에 대한 희구, 그리고 초월적 인류애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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