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대 영남취재본부 부국장

최근 3년간 전국의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건수가 무려 206건이나 된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미 대형 인명사고가 처음부터 예견되고 있었지만 그동안 안전불감증에 만연한 우리들은 사고 발생 당시에만 붕붕 뛰다가 몇 년도 아닌 몇일만 지나면 금새 잊어버리는 ‘냄비근성’에 젖어온지 오래다.

그러다가 대형 인명사고나 국민들의 여론이 들끓는 사고가 발생할라치면 그때서야 불야불야 무슨법을 만든다, 조치법이 생긴다, 해결방안을 강구하는 등 야단법석을 떨기에도 익숙해졌다.

해마다 반복되는 사건사고로 수많은 인명사고가 빈발하고 있음에도, 안전을 위한 규제가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와 국회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작태가 오늘에 이른것이다.

고시원 화재의 경우 역시 안전위험이 가장 높은 노후건물에 안전규제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 것은, 값싼 노후건물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과 빈곤층을 위험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잔인한 정책일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는 형사법에나 적용될 소급적용금지 원칙을 안전규제에 적용하는 오류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도시재생사업은 위험사각지대에 있는 이런 주거환경을 뜯어고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지난 9일에도 서울 종로구의 모고시원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는 등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다닥다닥 붙은 방, 좁은 탈출구, 불법 증축의 만연, 안전 시설 미비, 고시원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화재 피해자들 역시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고시원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올해 초 종로에서 발생한 여관 화재와 마찬가지로, 저소득 취약계층이 위험하고 불안정한 주거 환경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다. 우리 사회가 이번 사고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이번 화재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인간의 주거환경이 비인간적인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을 법이 막아야 한다”며 “고시원을 법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는 게시물이 5000회 이상 공유되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당장 보증금 낼 돈이 없어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느냐”며 우려를 표하는 누리꾼들도 많았다. 

이들의 갑론을박처럼,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닌 듯하다. 그러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주거권’의 개념만큼 쉬운 것이 또 있을까? 

이번 사고로 고시원은 안전에 매우 취약한 주거환경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된 만큼 소방안전 사각지대의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와 국회는 고시원을 포함해 화재에 취약한 건축물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안전대책을 다시 세우고 주거취약계층에 대해 안정적인 주거 공급도 함께 논의해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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