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소방서 구급대장 조우형

11월을 맞아 크고 작은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요즘 하루에도 수 십번씩 출동을 하는 우리 119대원들에게는 ‘5분 이내 현장 도착‘이라는 목표가 있다. 화재의 경우 5분이 지나면 연소 확산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인명구조 및 화재 진압이 대단히 어려워지며 심정지환자에게는 5분 이내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면 뇌손상이 시작돼 소생률이 크게 저하된다.  이러한 이유로 소방서에서는 출동명령 접수시간부터 소방차고 문을 열고 나가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24시간 항시 긴장상태로 있으며, 1초의 시간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주·야 어떤 상황에서도 불시에 신속한 출동이 가능하도록 출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하다 보면 가장 먼저 대두되는 것이 바로 도로교통이다. 꽉 막힌 도로에서 소방차는 하염없이 경적과 사이렌만 울릴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양보하지 않는 차, 피양된 앞길을 소방차보다 앞서 달리는 차, 교차로에 진입한 소방차를 양보하지 않고 지나가는 차 등 여러 교통상황에서 소방차는 재난 현장에 가기 위해 길 위에 차량들과 소리없는 전쟁을 펼치면서 출동하고 있다. 

소방차를 위해 길을 비켜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소방차 등 긴급 자동차가 가까이 접근하거나 사이렌 소리를 듣게 되면 바쁜 일이 있더라도 우측 차선으로 바꾸고 서행하거나 일시 정지하고 우측으로 피할 공간이 없을 경우는 좌측으로 양보해 긴급출동 차량이 신속히 통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보행자들 역시 사이렌을 울리는 소방차를 보면 이동하지 말고 정지해야한다.

또한 대부분의 주택가 골목길이나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승용차 한 대가 겨우 다닐 만큼 비좁고 아파트 단지 내 소방차 전용주차선 안에도 버젓이 차량들을 주차해 놓고 있다. 소방통로조차 막아버리는 무질서한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긴급출동이 늦어 인명구조가 지연됐을 때 그 엄청난 재산과 인명 피해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1인 1차량 시대 속 모자란 주차공간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올바른 주차문화를 실천해야 보이지 않는 작은 이웃 사랑의 시작이자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시민생활 실천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각종 안전사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119에 신고를 하고 소방차나 구급차가 도착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교통이 정체된 도로에서 소방차를 위해 피양을 하거나 서행을 하면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내 가족, 내 이웃의 생명사랑을 실천하는 숭고한 일임을 염두에 두고 소방차 길 터주기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다 같이 실천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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