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소방서 수진119안전센터장 양광호

과거에는 논어, 맹자 등을 비롯한 동양의 고전을 많이 아는 것이 지식의 척도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이외에도 중용, 대학 등 제목만 들었던 수많은 고전 중에 가장 친숙한 책이 있다면 ‘손자병법’일 것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구절은 이 시대에도 가장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구절이 아닐까 생각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 백 번을 이길 수 있으며, 전투를 하려면 적어도 자신과 상대의 약점과 강점을 잘 알고 거기에 맞는 작전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배전백승을 설명하기 위하여 손자병법에는 “적의 상황을 모르고 나의 상황만 알면 일승일패요. 적의 상황도 모르고 나의 상황도 모른다면 매번 패한다.”라고 적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싸워서 이기는 것은 차선이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 하였고 피할 수 없다면 싸우되 이겨놓고 싸우라 가르친다. 

아무리 허약한 상대와 싸울지라도 필연적으로 희생이 따르게 마련이므로 기왕이면 싸우지 않고 이기라는 의미이다. 

크고 작은 화재현장에서 생과 사의 갈림길을 넘나드는 소방대원에게 있어서 ‘지피지기’의 대상은 인격체가 아닌 화마였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화재의 원인과 성장 그리고 소멸되는 과정을 공부하면서 화재에 대한 무서움과 약점을 알고 적절한 대처 능력도 또한 터득하게 되었다.

화재와의 ‘백전백승’을 위하여 교육훈련과 진압작전도 중요하겠지만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역할이 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 하겠다. 

소방대원이 험한 곳으로 들어가야 하는 위험한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게 하는 그런 세상이 손자병법의 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해에 우리나라에서는 4만 4천 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하여 적지 않은 인명과 재산을 잃었다.

얼핏 화재가 너무 많이 발생하여 불만스러울지는 모르겠으나 화재 발생 통계의 이면에는 예방활동의 효과가 분명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방은 화재의 예방·경계·진압을 위하여 존재하기 때문에 진압작전보다도 더욱 중요한 예방활동도 지속되고 있으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예방의 효과는 더욱 크리라고 보는 것이다.

손자병법의 기본 이념은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화려하고 멋진 장비를 동원하여 화재를 진압하는 그런 모습이 최선이 아니라 예방활동을 통해서 화재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작전이다.

매년 겨울철 연례행사로 치러지는 ‘불조심 강조의 달’ 행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올해도 아무런 사고 없이 이 겨울을 지났으면 좋겠다.

화재 등 모든 재난은 예방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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