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시 소요동장 김대식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필자는 철인3종경기야말로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한다. 마라톤의 경우 앞서가는 사람의 페이스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레이스를 망쳐버릴 수 있다. 하지만, 철인3종경기는 수영·사이클·마라톤을 번갈아 가며 하고, 누구든 세 가지 중에서 더 잘하는 종목과 부족한 종목이 있게 마련이므로, 자신이 부족한 종목에서 뒤쳐졌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으면, 자신있는 종목에서 만회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페이스에만 집중해서 인생처럼 계획을 세워서 해나가야 하는 경기가 바로 철인3종 경기인 것이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철인3종경기에 도전하는 과정이 소개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에 필자도 과거 참가했던 대회를 떠올리며 잠시 추억에 젖게 되었다.

철인3종경기 즉, 트라이애슬론은 수영·사이클·마라톤 3종목을 휴식이 없이 연이어 하는 경기로, 극한의 인내심과 체력을 필요로 하는, 말 그대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다. 일반적으로 올림픽코스는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의 단거리 경기이고, 흔히 말하는 철인3종경기란 보통 ‘아이언맨 코스’를 뜻하는데, 일명 ‘킹코스’라고도 불리며 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를 17시간 안에 주파하면 ‘철인'(iron man)이라는 칭호를 받는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던 필자는 과거 2003년, 2005년, 2006년 총 3번의 킹코스 대회를 비롯하여 수차례의 철인3종경기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짧게는 3시간, 길게는 17시간 동안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지루하고 긴 여정을 통해 희로애락을 다 느끼게 된다. 경기 도중에는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숨이 턱밑까지 차며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하는 순간들이 있다. 특히, 마지막 마라톤 구간에서는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며,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나 자신과 수백번정도 싸움을 한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이겨내고, 저 구간만 끝내자, 다음 구간만 버티자는 목표를 조금씩 세우고, 하나씩 성취하며 차근차근 마지막 레이스까지 완주하게 되면, 그때 느끼는 성취감과 희열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철인3종경기는 순위에 관계없이 끝까지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성취감과 감동을 주는 스포츠이다. 

트라이애슬론은 본질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 스스로를 한계치까지 내몰고, 그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그 과정에서 어느 순간 발전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대회를 준비하던 그간의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내 노력의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면,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극복하는 방법을 트라이애슬론을 통해 배운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은 필자의 인생시계로 보았을 때, 철인3종경기에 빗대어 보면 이제 마라톤 한 종목을 앞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숨이 차고 지치기도 하지만, 아직 42.195km의 긴 여정이 남아있다. 마지막 한 종목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잘 버텨왔던 것처럼, 나만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준비가 되어있다.  

당신도 철인3종경기처럼 인생의 고비를 맞이할 때, 끝까지 부딪쳐보고 깨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최선을 다해 완주한다면 어느새 당신도 아이언맨처럼 단단하고 현명한 철인으로 성장해 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전국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