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암 김 선 우

  
오랜 세월이 흘러
기억에서조차 가물가물한
시골 마을을 찾았네
참매미 울음소리가 
서러운 하늘빛을 조각조각 훑어 내리던
내 고향 밀머리!
무성한 백발과 느티나무 그늘에 밀려
옛집은 허물어져 흔적조차 없지만
그 집 그 터에 놓여있는
귀퉁이가 닳아버린 동그마한 다듬잇돌
비 내리는 날이면
대청마루에서 다듬질하시던
어머니가 거기 앉아 계신다
또드락 똑똑 또드락 똑똑…
눈을 가만 감고 있자니
마치 내 어깨를 두드리던
어머니의 손길처럼
또드락 똑똑 또드락 똑똑
끊임이 없네
어머니 다듬질하던 그 자리에
오늘은 내가 앉아
어머니의 하얀 모시적삼이 된다.

송암 김 선 우
오산시인협회 창립 초대 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후백 황금찬 시문학상, 경기도문학상
시집 <냉이꽃 편지> 외 9권, 수필집 <삶의 지혜>
편저 명언집 <그 말을 거울로 삼고>, <이 말을 거울로 삼고>
                                                          <수원시인협회 제공>

키워드

#N
저작권자 © 전국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