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광 기

질기고 질긴 역동성에 숨이 차 있다.
한여름 뜨거운 목숨, 질겨 보이는 타이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길가에 자빠져 있지만
바퀴는 죽어 있어야 바퀴다.
혼자 굴러가는 것이 어디에 있는가. 
함께 혼을 살라 비로소 둥근 생명을 굴리지만
저것이 움직일 때 바퀴는 바퀴가 아니다.
제 몸이 빠져 있어야 바퀴는 바퀴가 된다.
돈도 둥글고 세상사도 둥글고 
둥글둥글 굴리는 바퀴
바퀴들의 세상, 굴러가야 바퀴가 되는 것처럼
질긴 목숨 다하여 세상을 굴린다.
바퀴를 잊을 수는 있지만 
욕망을 싣고 달리는 바퀴를 없앨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퀴는 지쳐서, 죽어 있어야 바퀴이다.

*김광기
1995년 시집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로 등단. 
시집 ‘호두껍질’ , ‘데칼코마니’ , ‘시계 이빨’  등
시론집 ‘존재와 시간의 메타포’  등. 
1998년 수원예술대상 및 2011년 한국시학상 수상. 
현재, 계간 ‘문학과 사람’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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