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 학습으로 앞서가는 의왕시의 유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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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시가 세계 최고의 유아교육으로 평가받고 있는 레지오 교육으로 ‘교육도시 의왕’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시는 영유아기 아이들의 창의력과 사고력 발달을 도와줄 ‘레지오체험학습장’을 지난 해 11월 문을 열고 4개월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3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의 시도로 레지오 철학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한국의 레지오연구기관인 KCCT(고문 오문자교수)와 MOU도 체결했다.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에서 유래된 교육방법

‘레지오 교육’은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소도시 레지오 에밀리아(Reggio Emilia)에서 발전시켜 온 유아교육의 철학, 행정조직, 교수학습 방법 및 환경구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아이들이 다양한 학습도구를 이용해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사고를 변화시켜 나가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단순히 방법론적인 유아교육프로그램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이며 체계적인 유아교육의 실천적 사례이다.

의왕시 레지오체험학습장.... 연이은 벤치마킹 쇄도

레지오 접근법은 기록작업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유아들의 활동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과 그 결과물인 유아들의 작품을 모두 중시한다. 이것은 유아들에게 자신의 감정 및 아이디어가 의미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 또 이미 체험했던 경험을 다시 제공함으로써 경험의 재발견을 통한 지식의 재구성 자료가 되기도 할뿐 아니라 교사에게는 향후 프로젝트 및 교육 활동 고안의 자료가 된다.

그리고 나아가서 부모 및 지역사회와의 강한 연대감과 의사소통 및 협력의 기틀을 수립하는데 효율적인 방법이다.

의왕시 레지오체험장에도 피아자(이태리어로 ‘광장’의 뜻)라는 공간을 마련하여 영유아들의 활동 기록물을 타기관끼리 혹은 부모끼리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벽면에도 의미있는 순간들을 패널로 전시하고 있다.

그래서 전국 각지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보육정보센터에서 연일 의왕시 레지오체험학습장에 대한 벤치마킹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레지오 교육의 효과는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자들은 일단 어린이는 강하고, 풍요로운 잠재력과 탐구심을 가지고 있으며 학습을 능동적으로 주도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레지오 접근법에서는 장·단기적으로 유아들이 학습할 일련의 내용과 개념을 미리 정해 놓고 순서에 따라 학습해가는 것이 아니라, 유아의 흥미와 교육적 가치를 기초로 무엇을 배우고 학습하고 경험할 것인가가 지속적으로 정해진다.

따라서 영유아들의 느낌과 생각이 자유롭게 표현되고 그 표현된 것에서 교사가 의미와 활동을 찾아 안내하고 지원하게 된다. 영유아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탐색이 가능하며 잠재돼 있는 능력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창의적인 사고와 태도를 함양할 수 있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는 공간

레지오학습 체험장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은 이유는 캐릭터나 자극적인 요소들로 꾸며진 상업적인 공간이 아니면서 일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접하기 힘든 매력적인 환경이기 때문이다. 특히 매번 방문할 때 마다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방문 기관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레지오 체험학습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일단 아이들의 몰입에 놀란다. 우리가 알기로 영아들의 집중 시간은 5~10분밖에 안 될 정도로 짧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일단 탐색이 끝나면 한 장소에서 굉장히 오랜 시간을 머문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행복해한다. 마음껏 생각을 펼쳐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필요한 가르침과 간섭 없이 자신들의 방식대로 사고하고 스스로 시험해보고 가설을 세운다.

학계의 관심도 뜨겁다. 유아교육 관련학과 학생들의 견학 요청도 많아 단순한 견학부터 워크숍까지 체험학습장을 공개하고 있다.

레지오 교육..그것은 철학이자 문화이다.

레지오 교육은 철학이고 문화이며 우리보육 분야와 잘 어우러지기도 해야 한다. 단 한 번의 체험으로 이런 것들이 구현되는 것이 아니지만 아이들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신뢰하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이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유아교사들이 다시 한 번쯤 되돌아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매우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요즘 아동의 권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보육계의 분위기와도 일치한다.

의왕시 레지오체험학습장은 이곳의 경험과 철학이 어린이집 교사들과 부모에게 확산되어 모든 양육자들이 아이들의 잠재된 능력을 인정해주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기를 바란다.

레지오체험학습장과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이탈리아에는 레미다센터라고 하는 재활용센터가 있다. 순수하게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공장에서 폐기되는 자원들을 모아 영유아교육기관에 필요한 다양한 학습재료들을 공급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미술활동의 재료가 되기도 하고 블록놀이의 소품이 되기도 한다.

우리 체험학습장에도 방산시장에서 나온 천 조각, 안경집, 상표 라벨, 인테리어 가게에서 얻은 지관, 페트병 등이 활동의 재료로 쓰이고 있다. 향후 의왕시 레지오체험학습장도 관내의 사업장에서 나오는 가용자원들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것은 전 세계가 추구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과도 맥락을 같이 하며, ‘리싸이클’에서 나아가 ‘업싸이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의왕시의 행정적 지원이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기대하며, 이렇게 지역사회와 함께 교육을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레지오 철학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왕시의 앞선 보육정책

의왕시는 인구 16만명의 중소도시다. 또 지역의 86.5%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인근 수원이나 성남, 안양, 군포시에 비해 개발이 덜 된 지역이고 재정자립도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보육정책에 있어서 어느 지자체보다도 열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또 그린벨트라는 제한된 환경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더 큰 교육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레지오에밀리아의 교육철학처럼 의왕시는 모든 환경이 아이들로 하여금 창조와 탐구를 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환경과 보육정책을 바라보는 의왕시의 시각이 보육정책에 있어서 어느 지자체보다 앞서 나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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