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대 영남취재본부 국장

최근 포항공항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 ‘은빛 풍어’가 10년 만에 철거가 결정되면서 시민 여론이 차갑다. 지난 2009년 포항시가 3억원을 들여 남구 동해면 포항공항 입구 삼거리에 가로 11m, 세로 16m, 높이 10m로 꽁치 꼬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시는 과메기 특구이자 경북 최대 수산물 집산지임을 알리기 위해 전국 공모와 심의를 거쳐 작품을 선정해 설치했다. 

설치 당시부터 일부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꽁치가 바다에서 박차고 올라오는 모습이 아니라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으로 역동성이 떨어진다고 설치를 반대했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형상으로 비쳐진다는 의견도 많았다.

포항시 주장처럼 과메기 특구의 상징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구룡포에 설치했어야 했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설치를 강행한 포항시는 결국 주민혈세 3억만 날린 꼴이 됐다. 전형적인 밀어붙이기 공공사업이다. 실패한 공공사업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공직의 관행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샘이다.

포항시는 시민 혈세가 투입된 작품으로 최대한 유지·보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변명을 내놓고 있지만 궁색하기 짝이 없다. 포항지역에는 이와 유사한 조형물이 산재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50억원을 투입하여 영일대·송도 해수욕장, 형산강 등에 설치한 ‘워터폴리’가 한 예다.

이 또한 흉물로 전략할 우려를 낳고 있다. 포항시가 우수한 해안 관광자원을 이용한 포항의 대표적인 新랜드마크라 홍보하고 있지만 관리부실로 ‘워터폴리’를 찾는 관광객은 그다지 많지 않다.

권한만 있고 책임이 없는 공공사업은 선출직들의 잔치에 비유된다. 공공사업은 주민들과의 의견일치가 중요하다. 물론 님비현상으로 사업이 중단되는 공공사업도 있지만, 이번 조형물 철거의 책임은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한 포항시에 있다. 

포항시는 궁색한 변명보다 통 큰 사과로 시민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행정을 펼쳐 나가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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