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밝은
저만치서 머뭇거리는 봄을 불러보려고
다물었던 입술을 잠시 뗐던 것인데
그만 울컥 쏟아내 버린 이름
말라버린 젖을 더듬던 가시내에게
고소한 밥 냄새로 찾아오는 것일까
뾰족한 시간의 조각들이 꽃처럼 팡팡 터져도
어제 같은 오늘이 또 되풀이되는 날
눈으로 들어오는 향기마저 아릿해 고개를 들면,
희미한 기억을 뚫고 파고드는
할머니 목소리
악아, 내 새끼
밥은 묵고 다니냐
김밝은
2013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술의 미학』. 시예술아카데미상 수상
현재 계간 미네르바 편집위원, 월간문학 편집국장
<수원시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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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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