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식

빈 논에 물이 차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살아있다살아있다살아있다고
목이 터져라 소리 질러대는 삶의 환희가 
내게 한 번이라도 있기라도 했을까
노랫소리 시끄러운 들판은 지금
축제가 한창이다. 

먼 길 가던 보름달도
일찌감치 내려앉아 한상 받아 앉았고
뛰놀기 바쁜 배고픈 조무래기별들
모두 논물 속으로 뛰어내려
하늘인지 땅인지 분간이 어려운 여기는 
뉴욕, 파리, 서울
살아 있는 것들 세상 한복판이다. 

기껏, 배꽃 떨어지는 일에 예민해하며
달빛아래 서성거리는 사람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는
봄밤의 배경으로 선 인간의 마을에서
개구리 소리를 듣는다
개구리 경전(經典)소리를 듣는다

전인식
1995년 신라문학대상 시 당선,  1997년 통일문학상 시 당선. 
1997년 대구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8년 불교문예 신인문학상 
시집 ‘검은해를 보았네’ 
                                 <수원시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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