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애월

성산포는 바람의 나라다
시간마다 형형색색 달라지는 바람의 빛깔들
성산포 바다는 육중한 몸을 세우며
밤새도록 바람의 그림자를 좇다가
새벽별이 스러질 무렵에야 설핏 잠이 든다
성산포에서는 성게도 소라도 다시마도
바람이 읽어주는 경전을 자장가처럼 들으며 자란다
바람이 다스리는 바람의 영토
성산포에 오면 누구나 바람에게 경배하고 
바람의 이야기에 정성스레 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바람이 전하는 말은 바닷빛처럼
날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성산포에서는 소라를 먹을 때에도
바람소리가 먼저 들린다
바람이 지나간 허파에서 배어나는
바다가 품어 가둔 바람의 맛은 조금은 달고
조금은 쓰다
그 맛에 중독되어 눌러앉은 뭍에서 온 사람들
성산포 바람은 
그들의 좇는 꿈이며 허상이다

임애월
호는 嘉南, 본명 洪性烈, 제주도 출생
아주대학원 국문학과 수료
시집『정박 혹은 출항』『어떤 혹성을 위하여』『사막의 달』『지상낙원』등
경기문학인대상. 경기PEN문학대상 수상.
계간『『한국시학』편집주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글밭>동인. 유네스코경기도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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