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꿈나무들 다시 희망 갖게 됐다" 방대두 감독 '반색'

 ▲ ⓒ나라일보▲ ⓒ나라일보"올림픽이라는 가장 큰 목표를 잃었던 우리 꿈나무들이 다시 한 번 희망을 갖게 됐다."

방대두(59) 전 레슬링 국가대표팀 감독(현 성신양회 감독)의 목소리는 한껏 고무돼 있었다. 올림픽 퇴출이라는 '비보'를 전해들은 지 세달 만에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낭보'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몰려있던 레슬링이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레슬링은 30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야구-소프트볼, 스쿼시와 함께 2020년 하계올림픽에 포함될 최종 3개 후보로 선정됐다.

지난 2월 스위스 로잔에서 개최된 IOC 집행위원회에서 25개 올림픽 핵심종목(Core Sports)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레슬링은 이로써 올림픽 재진입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오는 9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2020년 하계올림픽에 합류할 마지막 1개 종목이 결정된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지만 지난 5월과 비교하면 큰 변화가 생긴 것만은 확실하다. 당시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에 고개조차 들지 못했던 방 감독은 이제야 한숨을 돌렸다.

방 감독은 "기다리던 소식을 듣게 돼 기분이 좋다. 이제 겨우 후배들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됐다"며 "국내·외 레슬링계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지금 이 분위기를 이어나가 9월 IOC총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레슬링은 그동안 한국 스포츠계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올림픽에서 수많은 메달을 조국의 품에 안겼고 걸출한 인기 스타들도 배출했다. 레슬링 꿈나무들이 바라볼 수 있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레슬링이 핵심종목 승선에 실패하며 학생들의 꿈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약 2000명이었던 선수 수는 불과 세달 사이 156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400명 이상의 중·고교 학생들이 레슬링을 그만뒀다.

방 감독은 "레슬링이 올림픽 종목 퇴출 위기에 놓인 뒤 어린 선수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나처럼 나이 먹은 사람이야 상관없지만 올림픽만 바라보며 피땀 흘려온 후배들은 한 순간에 목표를 잃게 된 격"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에 레슬링이 최종 후보에 선정된 것은 더 없이 기쁜 일이다. 우리 꿈나무들이 다시 올림픽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레슬링은 이번 IOC집행위원회 1차 투표(총 14표)에서 과반을 넘긴 8표를 얻어 가장 먼저 최종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9월 총회 투표까지 생각해봤을 때 긍정적인 신호임에는 분명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굳히기'를 위해선 레슬링계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방 감독은 "사실 지난 런던올림픽 때까지만 해도 레슬링 룰에 문제가 많았다. 시간도 짧고 룰도 어려워 일반인들이 경기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며 "최근 룰 개정을 통해 많은 부분들을 손봤다. 선수들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분명히 재미있는 레슬링을 선보일 수 있는 밑바탕은 마련됐다. 앞으로 많은 홍보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레슬링협회도 IOC의 레슬링 최종 후보 선정 소식에 크게 반색했다.

김학영 협회 사무국장은 "그동안 올림픽 메달리스트까지 참가해 궐기 대회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아침에 결과를 확인한 뒤 모두 기뻐했다. 최근 유소년 레슬링 선수들이 크게 줄어들어 마음이 아팠는데 꿈나무들이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꿈나무가 없는 레슬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의 어린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9월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레슬링의 올림픽 재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현재 10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25만명 정도의 서명을 받았는데 목표를 달성하는 대로 IOC와 국제레슬링연맹(FILA)에 이를 제출할 예정이다"고 추후 계획을 설명했다.

저작권자 © 전국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