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

새벽잠이 부스스
모래알처럼 따가운 눈꺼풀을 열며 
힘주어 어금니를 깨문다

우두둑 삭정이 꺾이는 무릎을
비단 치맛자락 펴듯
가만가만 두 손으로 달랜다
지금 일어서지 않으면
그대로 등이 붙어버릴 것 같아

지갑을 흘끗거리는 새끼도
복에 겨워 지청구하는 서방도
잘만 맞춰보면
그럴 듯한 모자이크 작품 하나 나오겠지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누가 했는지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첫차에 오른다

오늘도 떠오르는 맑은 해를
맨 처음 바라본다
제일 새것을 받아 마신다

이 순
충남 논산에서 나고 대전에서 자람.
한밭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2014년 〈시와시학〉 등단.
시와시학 동인. 충남산사시문학 동인. 대전작가회의 회원.
〈문학시대〉 우수작품상 수상(2008년)
도서출판 〈문화의 힘〉 대표.
시집 『속았다』 , 『꽃사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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