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중훈

 우도에는
 발이 무거워 오도 가도 못하는
 달이 있었지.
 만삭이라 몸이 무거운 달,
 물, 물,
 물에 불어
 망사리* 그물코에 꼼짝없이 갇혀 있는 달,
 발발거리며 돌아다니던 달밤의 발길도 그쯤에선 왠지
파도처럼 소리 지르고 싶어지던 달,
 달은 별이 되고
 별은 구름이 되고
 구름은 바람 되어 사라지던 날
 구름언덕 밑 그 달빛 지고 난 자리,
 지금 어디 계실까 우리 어멍,

 태왁 진 우리 어멍,
 물숨 먹은 우리 어멍.

 * 제주 해녀들이 해산물을 잡아서 넣은 그물망으로 된 도구

강중훈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 
1944년도부터 부모님 고향 제주도 성산포에서 성장. 
’93년 《한겨레문학》으로 등단. 시집 『오조리, 오조리, 땀꽃마을 오조리야』 
『바람, 꽃이 되다만 땀의 영혼』 외 5권 출간, 최근 『동굴에서 만난 사람』 출간. 
제주도예술인상, 제주문학상 수상. 현재 계간문예 『다층』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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