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개념을 새로 정립한 사람
“포항 70주년 맞아 영·호남·제주포럼 유치 가장 기억 남아”
지속가능발전은 모든 분야에서 의제 찾아 이행과제 실행
감사패와 환경부장관상, 그를 떠나 보낸 자리에 남아있어

(포항=김중환 기자) 포항시장으로부터 2016년 3월 24일 ‘푸른포항21추진협의회’ 신임대표로 위촉받아 2020년 6월 30일 ‘포항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대표로 사임한 연규식 대표.

‘포항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새 역사를 썻다’는 정평(定評)을 들을 만큼 열성 하나로 일해온 연 대표는 “적은예산으로 사비를 들여 회원들을 독려하고 한사람의 지역회원들이라할지라도 감사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했다”는 소회(所懷)를 남겼다.

또 “포항을 알리고자 전국규모의 행사유치에 힘썼다”는 연규식 대표는 “지난해 포항 70주년을 맞아 영·호남·제주포럼(Forum)을 유치해 약400여명의 각 지역민들이 포항을 방문하는 성과를 얻어 호평을 받았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술회(述懷)했다.

연규식 대표. 소소한 작은 것들에서부터 직원들과 강사들을 챙기고, 지역의 회원 한사람 한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그의 사람됨을 알 수 있다.

◆ 정체성 정립에 고민

연규식 대표가 2016년 ‘푸른포항21추진협의회’를 위촉 받아 접했을 당시는 단순히 환경실천단체로만 인식하던 때였다. 

각 국가에서는 ‘의제21’을 설립하게 됐고 포항은 1997년 준비위원회를 구성, 1998년 3월 24일 창립총회를 개최하게 됐다. 

이후 포항의 ‘의제21’은 ‘푸른포항21추진협의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그동안 의제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여러방향의 노력을 해왔으나 어느 순간 초창기의 정체성과 방향을 잃고 단순히 자생단체의 형태로 각 지역위원회별 환경정화활동과 행정의 인원동원으로 활동하는 단체로 전락하고 말았다. 

십수년 방향을 잃어버린 ‘푸른포항21추진협의회’를 맡은 연규식 대표는 광역과 전국과의 유대관계를 활성화 시키면서 정체성을 정립해 나가는데 고민했다.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겠으나 첫 번째로 단체명을 바로잡아가는 것이었다. 이미 경북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 대부분이 단체명을 통일 시켜나가고 있었다. 

◆ 단점을 장점으로 변하게 하는 능력

오랫동안 자생단체의 형태로, 그리고 지역위원들 조차도 자생단체로만 알고 있고, 행정복지센터에도 자생단체의 분류안에 들어가있으며, 심지어 일부 공무원들도 자생단체로 알고 있으니 정체성의 혼선은 더 할 나위가 없었다. 환경에서 출발을 했으나 단순히 자연정화나 꽃나무 심기에 그치는 활동이 ‘의제21’의 정체성을 대변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현재 포항의 상황에서는 지역위원회의 실천력과 위상은 상당했기에 단점으로 걱정을 할 것은 아니었다. 연규식 대표는 27개지역위원회의 위원장회의에서 지역마다 지속가능발전목표에 관한 교육을 신청받고 신청이 오면 밤이든 낮이든 북구끝, 남구끝이라도 찾아 교육에 힘썼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말하고, 생겨 나게된 역사와 현재 ‘포항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의 개칭 필요성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해시켰다. 위원들은 조금씩 이해했고,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27개 지역위원회는 어떠한 의제사업이라도 실천을 끌어낼 수 있는 포항만의 장점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 찾아가는 환경학교 연령층 더 다양화 시켜

지속가능발전은 환경에서 출발해 사회, 경제 등 사회의 모든 계층, 모든 분야에서 의제를 찾아내어 목표를 세우고 이행과제를 찾아 실행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형식적 사업에서 벗어나 가장 핵심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고 연규식 대표는 마침 포항시에서 운영하는 포항환경학교의 운영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적극적으로 수탁하고자 했다. 운영과정 중 회원들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어려움도 있었으나 그 이전의 운영보다는 눈에 띄게 변화를 꾀하도록 했다. 

첫째, 강사의 자질을 한층 올렸으며, 전문성을 강화했고, 강사의 역량강화에 크게 신경을 썼다. 둘째, 프로그램의 다양화였다. 해양을 끼고 산업화 된 포항으로서 여러 환경문제에 관한 시민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은 당연하나 해양환경에 관한 프로그램이 부족했다. 그래서 해양환경오염에 관한 프로그램을 강화하도록 했다.

셋째, 환경학교 이용객의 다양화다. 주 이용층이 초등학생을 비롯한 학생들이었다. 그러나 환경실천의 주 실천층은 모든 시민이기는 하나 주부등 성인대상의 이용도 낮았다. 그리하여 찾아가는 환경학교의 연령층을 더 다양화 시켜나갔다.

넷째, 지역의 오피니언리더들의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해 ‘포항시지속가능발전대학’을 운영했다. 다섯째, 실무자들의 업무환경개선이었다.

환경학교의 업무는 실무자들에게는 원거리 출퇴근과 토요근무 또는 외부캠페인 등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가 수반되게 된다. 이같은 이유로 교장직을 겸하면서 교장으로서의 임금을 전부 직원들의 임금향상으로 돌리며 업무환경개선에 노력했다. 

◆ ‘포항시지속가능발전대학’을 펼치다

연규식 대표는 한 층 더 나아가 포항시의 오피니언리더들의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포항환경학교’를 운영하면서 그 속에 ‘포항시지속가능발전대학’을 꿈꾸었으며 실행해 나갔다.

지역의 리더그룹을 중심으로 각계각층 다양한 구성원들로 총 12강으로 구성, 매주 목요일 저녁 150분 정도의 강의를 열었다.

지속가능발전의 개론에서부터 포항에서의 필요의제에 따른 전문가들로 강사를 구성했다. 포항의 이러한 노력은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도 적극 협력해 주었고 전)유엔 FAO베트남국가사무소장을 지낸 배종하 총장님은 멀리 베트남에 거주하시면서 찾아와 강의를 해주시기도 했다. 

또한 육상생태계보존을 위한 강의로는 백두대간수목원 김용하원장이 마다않고 찾아주었다. 뿐만아니라 전국 여러방면의 유명전문강사들이 강의를 맡아 주었고, 포항의 의제에서는 포항의 여러 유명인들이 성심을 다해 강의를 맡아주었으며 하나같이 수강생들의 열정에 놀라워했다. 1,2기를 배출하고 3기를 준비중인 이때 지속가능발전대학이 지역에서의 그 영향력이 커지기를 바란다.

◆ 불편한 환경중심여행 제안

환경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육은 실천과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없다고 여겨 가족이 같이 실천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환경여행을 적극 지원했다. 

일회용품이 사용되지 않는 여행,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시락에서 현수막 한장이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여행을 추구했다. 나무젓가락, 일회용컵, 물티슈 한장조차의 사용도 자제하는 불편한 여행을 제안했다. 

몇해 지난 후 참여한 학부모들은 “이제껏 다닌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인생에서 의미있는 여행이었다”고 전해왔다. 아이들과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확신이 생긴여행이었다고 했다.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도 해마다 생태문화체험을 떠난다. 관광버스 3대 약 120여명의 회원들이 견학차원에서 해마다 진행된다. 

여행은 먹거리가 필수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 연규식 대표는 회원들에게 적극 제안했다. 쓰레기없는 여행을 만들자고 했다. 

실천을 돕기위해 일회용컵 대신 접이식 스텐컵을 제공했고, 일회용 나무젓가락 대신 조립식 스텐수저 세트를 제공해 지참하도록 권장했다. 그 날의 실천은 120명이 음식물쓰레기배출량이 10리터도 되지 않았음은 4년이 지난 지금도 회원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계기라고 회자되고 있는 일화이다.

◆ 환경부장관상 수상과 대표직 마감

평소 회원들과의 자리에서 하는 그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조직은 수직조직이 아닙니다. 우리는 각자의 역할이 다를 뿐입니다”, “저는 대표로서 역할을 하며, 사무국은 사무국의 역할, 회원은 회원으로서의 역할, 학교는 학교로서의 역할로 서로 그 역할이 다른 수평조직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늘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해 주시니 이 조직에서 대표로서의 역할을 잘 해 나갈 뿐입니다”

대표직은 마감되었으나 많은 회원들이 그를 아쉬워한다.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 즐거웠다고 한다. 그는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개념을 새로 정립하게 된 사람이다. 떠난자리 아무것도 남기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그에게 표시한 감사패와 환경부에서 보내온 환경부장관상이 아쉬움을 대신해 그를 떠나 보낸 자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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