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백마지하차도 공사 재개 주민 반발

(고양=이만조 기자) 경기 고양시가 주민들의 반발로 중단한 경의선 복선전철 백마역 지하차도 공사를 32개월 만에 재개하면서 비난여론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공사를 중단하고 원상복구를 했다가 또 다시 같은 구간을 공사한다는 건 예산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31일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고양시에 따르면 백마역 지하차도 공사(760m, 2~4차선)는 경의선 복선전철 사업으로 단절된 일산신도시와 풍동지구를 연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총 공사비 180억원을 들여 지난 2009년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2011년 11월 공사현장에서 20여m 떨어진 아파트 주민들이 공사로 인한 균열과 지반침하, 진동 등 아파트 안전에 문제가 있다며 공사중단과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시는 전체구간 중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구간(263m)을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이 구간을 원상복구 했다.

당시 이 구간에 대한 공사는 40% 정도 진행된 상태였다.

주민들은 "원상복구까지 했는데 다시 이 구간을 공사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며 지난 29일부터 재개된 공사현장에서 공사를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아파트 주민 이모(54)씨는 "공사를 왜 중단했는지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복구했다가 다시 공사를 한다는 건 탁상행정으로 인한 혈세 낭비"라며 "안전에 문제가 없었다면 원상복구 대신 주민들을 설득했어야 했는데 이제와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공사를 재개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자 풍산동 주민들은 "숙원사업이자 국책사업을 중단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약 중단된다면 이미 집행된 예산 120억원도 낭비하게 되는 꼴"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 측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고양시는 공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당시 공사로 인한 충격으로 소음이나 진동 등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면서 공사를 중단했지만 새롭게 도입한 슬라이드 공법은 충격을 완화해 안전이나 소음 등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남은 60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해 공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대화하는 자리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시공사와 감리단, 철도공단 등 실무자가 모여서 주민들에게 설명과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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