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폭락 양파 정부 수매 생색 내기에 그쳐 농민들 울상

(전남=황승도 기자) 가격이 폭락한 양파수급 조절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부 비축수매'가 턱없이 부족한 물량 배정과 까다로운 기준 적용으로 농민들이 울상이다.

12일 전남 무안군과 양파농가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가격이 폭락한 양파의 공급 과잉 해소 등을 위해 잉여 물량에 대한 수매에 나서고 있다.

수매된 양파는 비축을 통해 시장에서 격리, 과잉 생산으로 폭락한 양파가격을 조절하는 용도로 사용한다는 방안이다.

전남지역엔 총 7100여t이 배정됐으며, 수매가격은 20㎏ 1망당 1등은 7000원, 2등은 6000원이다.

하지만 수매를 위한 배정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까다로운 조건으로 정부의 양파 수매가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파 최대 생산지인 무안군의 경우 당초 수매 희망물량은 6200여t에 달했으나 배정된 물량은 36%에 불과한 2262t에 머물렀다.

또 수매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도 농가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농가에서는 인건비를 들여 길거리 등에 야적한 양파 중 품질이 양호한 것만을 선별, 20㎏ 단위로 재포장해 수매에 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품관원의 1차 검사에서 통과한 양파마저 유통공사의 재검사과정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품관원에서 크기와 결점 등을 감안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유통공사가 현실적인 여건을 무시한 과도한 기준을 적용, 상당수가 부적합 판정을 받고 있다는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한 농민은 "양파 선별작업에 1~2일이 소요되고, 인건비 등을 감안할 때 20㎏ 1망 당 1500원 정도가 소요된다"면서 "농관원에서 1차 통과한 양파를 유통공사에서 굳이 재검사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무안군 관계자는 "양파의 결점율을 수확시기에 맞춰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라면서 "수매의 취지대로 저장하는데 이상이 없다면 합격시키는 유연성 있는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매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일부 농가에서는 수매 물량 부족과 까다로운 수매 기준에 반발해 수매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무안 운남지역에서는 10여 농가가 수매를 거부했으며, 한 조합원은 농협 앞에 또 다시 야적시위에 돌입하는 등 파장도 계속되고 있다.

또 다른 농민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양파 수매에 응하더라도 수입은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땜질식 농정에 멍드는 것은 농심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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