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환(이사/영남총괄취재본부장)

인간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법률을 비롯한 규범으로 규제하지 못하는 것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메꾸는 것이다. 물론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하여 특별한 제재는 없다. 다만 그에 따른 비난을 감수해야 할 뿐이다.

그러나 때론 그 비난이 어떤 형벌보다 가혹할 때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는 명예에 관한 일이기 때문이다. ‘신뢰’는 상대방의 행위를 예측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기다릴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 인간사 모든 면에서 중요한 부문이다.

지금 군위는 ‘신뢰’에 대해 생각이 깊은 듯하다. 지난 7월 30일 김영만 군위군수는 공동합의문을 전제조건으로 국방부에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을 하겠다고 발표를 하고 이튿날 31일 국방부에 유치신청공문을 제출했다. 

이에 8월 28일 국방부 이전부지 선정위원회가 공동후보지를 대구공항통합 이전부지로 최종 결정함으로써 신공항 건설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진행되는 듯 했다. 인근 시·군에서는 신공항과 연계한 시·군 미래 발전전략 용역을 발주해 신공항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군위군 통합신공항 추진위원회는 10월 25일 성명서를 내고 대구·경북이 공동합의문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의성군수가 안동MBC와의 인터뷰에서 군위·의성 통합발언을 한 것에 대한 비판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대구·경북이 공동합의문 실현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1월 21일 주민투표 후 시·도지사 뿐 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국회의원, 시·도의원, 각종관변단체가 군위군을 강하게 압박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6개월이 넘는 시간을 2만3천명의 군위군민과 510만명의 시·도민이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군위군은 무엇을 해주면 공동후보지를 유치신청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군위군민이 공동후보지를 반대해 안 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었고, 이런 군위군민을 회유하기 위한 인센티브안으로 공동합의문이 탄생한 것이다. 군위군의 입장으로서는 시·도가 약속했으니 시·도가 그것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먼저 밝히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필요한 것도 있다. 그러나 실현이 가능한 것부터 지켜나가야 한다. 군위군 통합신공항 추진위원회가 ‘대구시와 경북도는 행정안전부에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건의서를 조속히 제출하라’고 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이 요구에 경북도와 대구시의 답변에는 온도차가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편입건의서 제출이 2개월 남짓 밖에 되지 않았고, 대구시와 경북도 역시 통합신공항 기본계획 연구용역에 이제 막 착수한 상황이며 일에는 다 순서가 있는 법”이라며 ‘군위군이 성급하다’는 듯 답한 반면, 대구시 관계자는 “시장, 도지사, 국회의원 등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리가 있겠느냐”며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 구역변경은 지방자치법 제4조에 따라 진행된다. 군위군은 군위군의회의 의견을 청취하고 편입건의서를 대구시와 경북도에 8월 18일 제출했다. 이제 남은 것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의회의 의견을 청취하고 행안부에 관할구역 변경건의서를 제출하면 자치단체의 역할은 끝난다. 이 부분은 이미 도의원 88%, 시의원 86%가 군위군의 대구시로 편입이 포함된 공동합의문에 서명해 시·도의회에서 반대할 명분은 없다.

그런데도 대구시와 경북도에서 미적거린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본 기자만의 오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

경북도 관계자의 ‘기본계획 연구용역과 관련’한 답변은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과는 너무 거리가 먼 대답이며, 대구시의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힘이 실리지 않는 대답은 군위군이 공동후보지를 유치신청하기를 간절히 바랬던 지난날의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본 기자가 만나본 군위군 관계자는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은 공동합의문 중 제일 먼저 이루어져야 할 부문이며, 이는 공동합의문을 지켜나갈 의지에 대한 시금석으로 대구 경북 정치인 모두의 명예가 걸린 만큼 그 실현을 낙관한다”고 전망했다.

통합신공항이 공동후보지로 결정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과 여러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 군위군 통합신공항 추진위원회는 지금의 통합신공항을 있게 한 주도적인 역할을 한 민간단체로 그간 추진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신뢰’를 꼽는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어찌보면 그간의 ‘신뢰’를 보이지 않았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연장인지도 모른다. 

‘신뢰’는 몇 마디 말로 쌓이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가 수반되고 언제까지 실현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 질 때 비로소 쌓이는 것이다.

하루 빨리 공동합의문의 주체인 대구시와 경북도는 시·도의원, 지역국회의원과 함께 세부계획을 밝혀 군위군민이 믿을 수 있는 ‘신뢰’를 조성해야 한다. 이제 겨우 대구공항통합 이전부지를 결정한 것이다. 넘어야 할 산은 많고 아직 그 초입에도 이르지 못했다.

먼 길을 갈 때 ‘신뢰’가 없다면 서로 동행이 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신뢰’를 바탕으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지방경제를 활성화하는 모범사례로 역사에 남기를 기대해 본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전국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