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전통’을 둘러싼 비평적 담론의 장으로 왕 투오, 피오나 탄, 호 추 니엔, 최수련 등 26명/팀 작품 50여점 기획전 7일부터 개관

[인천=박구민 기자]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플랫폼은 국제 미디어전 ‘송출된 과거, 유산의 극장’(Frequencies of Tradition)을 12월 7일부터 내년 4월 10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과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송출된 과거, 유산의 극장’은 아시아에서 전통이 근대와 어떻게 관계하는지와 오늘날 우리의 삶에 드러나고 있는 ‘전통의 양상’과 ‘근대성을 논쟁하는 통로로서의 전통’을 동시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접근하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기획자인 김현진 (인천아트플랫폼 예술감독)이 2012년부터 진행해온 리서치의 결과를 담은 전시로 카디스트(KADIST, 샌프란시스코)의 3년간의 아시아 프로그램(2018-2020), 중국 광동 타임즈 미술관에서의 전시(2020년 12월) 등 다년간의 기관 협력을 통해 발전했고, 2021년 인천아트플랫폼 전관 및 근대문학관에서 확장된 버전으로 순회한다.

아시아인들에게 전통은 여전히 일상생활의 일부이며, 세대를 연결하고 지역 사회 가치를 전하며 미래 문화의 출현을 위한 살아있는 아카이브로서 기능한다. 동시에 가부장제, 권위주의, 구습의 근원이라는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환영받지 못하기도 한다. 이 전시는 무엇보다 아시아의 근대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논쟁적 공간으로서 전통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아시아 근대화의 복잡한 양상을 살피고 새로운 상상을 더하는 시각예술의 풍요로운 경계적 공간을 제시한다.

‘송출된 과거, 유산의 극장’은 피오나탄, 왕 투오, 정은영, 치아 웨이 수, 밍 왕, 리에코 시가, 호 추 니엔 등 다양한 국적의 아시아계 예술가, 콜렉티브, 영화감독, 시각 연구자로 9개국 총 26여 작가/팀이 참여하여 영상, 오브제 설치, 사진, 드로잉, 회화, 영화 등의 50여 점의 다양한 매체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전시된다. 

작품들과 전시 서사는 다층적이고 풍요로운 관점들로 이루어지는데, 직조나 뜨개질 같은 수공예의 영역(에리카 탄, 여다함), 수묵화 등과 같은 소환된 오래된 전통 기술들(에블린 타오청 왕), 지구의 사변적 기억 잠재력을 드러내는 고대 애니미즘(김아영), 현대와 비근대 사이에서 감정적, 심리적으로 복잡한 현실을 소환하는 폐허(유리 구에핀), 전쟁으로 환원된 아시아 정신성의 역설(호 추 니엔), 아시아 식민주의와 전통주의적 자연 상징물 사이의 역학관계 (치아 웨이 수, 피오나 탄), 20세기 역사적 진통을 통과하는 전통 무용가들 (남화연, 알렉산더 키프, 사이몬 순&로저 넬슨), 황폐한 공동체에 힘을 실어주는 노인들의 구전(고 사카이와 류스케 하마구치), 현대 기계에 의해 다양한 세대 속에서 지속되는 즐거운 순례길(스테파니 스프레이와 파초 베레즈), 식민적 경계들을 넘어서는 억압 불가능한 여성들의 초상화(제인 진 카이젠), 그리고 젠더 타자 공동체와 함께 변주되는 전통의 퀴어링(정은영, 밍 왕, 토모코 키쿠치) 등으로 우리는 전통의 흥망성쇠가 공식적인 권력이나 제도가 아닌 공동체에 의해 평가되는 참여, 체화, 그리고 공통의 가치에 달려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송출된 과거, 유산의 극장’의 작품들은 여러 맥락들의 다양한 궤적이 교차하거나 중층적인 의미들을 드러내고 있으며, 관객은 작품 간의 상호 대화를 통해 더욱 풍요롭게 연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접속할 수 있다.  

매체적으로는 영상 설치, 퍼포먼스와 같은 시간 기반성이 강한 매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개발, 근대화, 관습의 폭력, 민족주의, 혹은 규범화된 근대성의 역사가 오늘날 어떻게 나타나고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질문하는 동시에 집단적 기억, 정신, 아카이브적 상상력, 테크놀로지와 전통 사이의 상호 개입, 민중의 자기 성장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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