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전면 금지 후 '갑질' 손님 급증

지난 1일부터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음식점, PC방, 카페 등 금연구역을 전면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일부 '진상' 손님들은 오히려 '갑질' 행사를 하며 담배를 태우고 있어 업주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일 강원 춘천시에서 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35)씨는 금연구역이 확대된다는 뉴스를 접하고 시행 일주일 전부터 '흡연 전면 금지'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하지만 일부 손님들이 정책이 시행 되도 아랑곳 하지 않고 금연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어 이씨는 단속에 걸릴까 애를 태우고 있다. 이씨는 “매장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돼 있는데 종이컵을 가져다가 무작정 피우실 때 제일 난감하다”며 “정중히 금연구역임을 설명해도 '걸리면 내가 과태료 내면 되지 않느냐'라며 오히려 호통을 쳤다”고 말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가운데 '단골인데 서비스로 커피를 안 준다', '라면 다시 끓여오라'는 등 갑질 행세도 더해 속만 앓아가고 있다.

일반 호프집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춘천 명동의 한 호프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박모(22·여)씨는 “담배를 태우고 있는 손님에게 흡연석으로 가서 태워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렸지만 손님이 왕인데 어디서 지적질이냐며 점장을 부르라고 소리질렀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들이 시청 관계자들의 단속에 걸리게 되면 흡연자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내게 되지만 업주들은 영업정지에 17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춘천시 관계자는 “업주와 상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단속에 들어간다고 무조건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경고를 하고 주의를 주면서 업주와 시민들에게 차근히 인식시켜가고 있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갑질 행태에 대해 최근 대한항공 '땅콩' 회항사건, 백화점 직원 뺨 폭행 사건 등 이런 사건들은 표면에 드러난 빙산의 일각일 뿐, 크고 작은 갑질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춘천문화심리연구소 김성학 소장은 “한국사람들은 대체로 사회적 위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위치에 있거나 힘든 업종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무시를 하거나 막말을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갑질, 혹시 나도 이들에게 무심코 반말을 하지 않았는지, 스트레스나 상처를 줄 행동은 하지 않았는지 차분히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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