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에 덮친 '칼바람' 증권업계 내우외환에 시달려

증권업계는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증시 침체로 위탁수수료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고, 은행권의 펀드 판매 등으로 매출 기반을 확대하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오래전부터 맞춤형 자산관리 등 매출 기반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그야말로 말 뿐이다.

매출 확대가 어렵다보니 결국은 인력 감축, 지점 통폐합, 조직 슬림화 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부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 계열 증권사들의 경우 아직도 은행의 인사 문제를 해결하는 창구로 활용되는 사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화제에 올랐다. 자산기준 업계 3위인 삼성증권이 과장 및 대리급 직원 100여명을 전자·금융 계열사로 전환 배치한 것.

삼성증권은 전환 배치와 더불어 7개 지점을 인근 지점과 통폐합하고 8개 지점은 10명 미만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점포 개념인 '브랜치'로 만들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다수의 증권사가 '점포 줄이기'를 시행했거나 계획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연초 지점을 104개에서 84개로 줄였고, 교보증권은 지난해 말 44개였던 국내 지점을 2015년까지 22개로 축소할 계획이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말까지 5~6개 지점을 통폐합해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일부 증권사들은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면서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우리투자증권은 김원규 사장이 취임한 직후 임원 27명이 일괄사표를 냈다. 이에 따라 우리투자증권은 일부 임원을 교체하는 한편 4개 사업부를 중심으로 조직을 슬림화했다.

이번에 대표이사가 교체된 한화투자증권, 동양증권 등도 추가 조직 개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증권사의 국내 지점 수는 2011년 이후 감소 추세를 이어왔다.

지난 3월31일 기준 증권사 국내 지점은 1575개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1756개)에 비해 181개(10.31%), 2011년(1818개)과 비교하면 243개(13.36%)나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증권가 구조조정 바람의 주요 원인에는 주식 거래대금 감소 및 수수료 수익 축소에 따른 실적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시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매매에서 한발 물러섰다. 거래대금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증권사들의 주 수익원인 수수료 역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는 이상 증권가의 '다운 사이징'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지고 은행에서도 부실이 증가할 것"이라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인원, 조직, 사업적인 측면에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존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했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맞춤형 자산관리, 투자은행(IB) 분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실장은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도 줄어들면서 증권사는 새로운 '먹거리 업무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증권사들은 더 이상 주식거래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맞춤형 자산관리, 기업 관련된 투자은행(IB) 업무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사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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