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첫 여성대통령間 정상회담

박근혜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방산·군수협력 등 양국 간 교류·협력 확대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의 첫 여성 대통령끼리 가진 첫 정상회담이다.

중남미 4개국 순방 세 번째 국가로 칠레를 국빈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이날 수도 산티아고 대통령궁에서 바첼레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포괄적 협력동반자 관계'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토대로 한 양국 관계의 심화·발전방안을 논의했다.

칠레는 남미 최초로 1949년 5월에 대한민국 정부를 승인한 우방국이자 첫 FTA 체결 상대국이다.

이날 회담에서 양 정상은 과학기술, 정보통신, 보건·의료, 방위산업, 교육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성장동력분야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나가기 위한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12년 만에 체결한 방산·군수협력 협정을 통해 양국은 무기체계 관련 정보·기술 교환, 방산물자 공동생산, 방산군수 공동위원회 운영 등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칠레가 군 현대화 계획에 따라 쇄빙선과 군수지원함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계 방산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칠레의 군 현대화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남미 및 스페인어권 국가들과 처음으로 체결한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비롯해 칠레 정부 장학생을 단기 초청하는 이공계대학 단기인턴십 프로그램 양해각서(MOU)를 통해 양국 간 교육 및 인적자원 개발과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한·칠레 FTA와 관련해 교역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한·칠레 FTA이행위원회를 통해 FTA 심화·발전방안을 논의하게 된 데 환영을 표했으며 박 대통령도 FTA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박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최종 결정하게 될 경우 칠레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를 당부했으며 바첼레트 대통령도 한국의 TPP 가입 지지를 비롯해 FTAAP 등 다른 지역협정에 대한 협조도 약속했다.

이와 함께 양 정상은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칠레 투자 및 인프라 협력, 신재생에너지 및 자원, 보건·의료분야 협력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또 남극과 관련한 양국 간 협력 및 정보통신분야 협력도 협의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두 정상은 양국 FTA 발효 후 지난 10년간 변화된 통상환경을 반영해 현 FTA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향후 양국 간 자유무역이행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해나가기로 했다"며 "자유무역에 따른 혜택이 교육 및 인적자원 개발분야에서도 더욱 확대되도록 함께 노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취임식과 다자회의를 계기로 서로 만났던 점을 들면서 "오래된 친구로서 가까운 마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칠레에서 발생한 폭우 피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을 들면서 "친구라는 것은 좋은 시기뿐만 아니라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처했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며 사의를 표했다.

양 정상은 이날 회담 뒤 ▲워킹홀리데이 협정 ▲사회보장 협정 ▲방산·군수협력 협정 ▲정보통신기술(ICT)협력 MOU 개정 ▲중소기업 및 글로벌 창업 협력 MOU ▲보건의료 MOU 등의 협정서명식에 참석했다. 이를 포함해 양국은 회담을 계기로 총 15건의 협정 또는 MOU를 체결했다.

한편 바첼레트 대통령은 앞서 2013년 2월에는 유엔(UN) 여성기구 총재 자격으로 방한해 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으며 지난해에도 유엔총회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에서도 박 대통령과 만난 바 있다.

이날 회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오전에 산티아고에서 칠레 건국영웅인 오히긴스 장군의 동상에 헌화한 것으로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오히긴스 장군은 1818년 마이푸 전투에서 스페인군을 격파해 독립을 쟁취해 칠레의 국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박 대통령은 또 회담 뒤에는 한·칠레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한 뒤 산티아고에 있는 칠레 옛 국회의사당(현 국회의사당은 발파라이소지역에 있음)을 방문해 파트리시오 워커 상원의장 및 마르코 안토니오 누녜스 하원의장과 만나 환담을 나눴다. 이어 대통령궁에서 바첼레트 대통령이 주최한 국빈만찬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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