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베 訪美 길…정부 외교역량 '주목'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순방이 우리 정부의 외교역량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26일부터 8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한다. 방문 기간 동안 아베 총리는 일본 총리로서는 최초로 미국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갖는 것을 비롯해 보스턴·워싱턴·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등지를 잇따라 방문한다.

아베 총리는 2차 세계대전 후 7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안전보장과 경제 분야를 축으로 미·일 동맹 강화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베 총리가 29일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와 주변국 침략 문제에 관한 입장을 표명할지 여부, 그리고 그 내용은 어떨지를 놓고 국제사회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이와관련,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 정부 주요인사들의 직간접적인 언급을 통해 일본 정부를 압박해왔다. 일본이 이같은 행위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등 '성의'를 나타내 줄 것을 요구해온 것이다.

브라질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브라질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본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올바른 역사인식을 기초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반둥회의)에 참석한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2일 아베 총리 등 일본정부 참석자들에게 "안타깝게도 동북아에서는 여전히 역사 문제가 극복되지 못한 채 역사수정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며 "이것은 지금도 역내 국가 간 불신과 긴장을 유발하면서 화해와 협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역시 대변인 논평을 통해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외교부 노광일 대변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 정부가 종전 70주년이자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해를 맞아 미 의회 연설 등 좋은 계기를 놓치지 않고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인식을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에 명확히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정부의 이같은 요구를 반영, 성의있는 입장을 나타낼 가능성은 아주 적어 보인다. 일본이 최근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단행한 것 등의 상황을 감안하면 기대할 것이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이처럼 공개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우리 정부를 배제하고 중국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강화하는 등 동북아 외교지형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대응이 아베 총리의 방미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는 한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중남미 순방기간 동안 아베 총리가 반둥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양자회담을 갖고 양국간 관계 개선의 단초를 마련하면서 우리정부가 동북아시아에서 고립되는 형국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가 시 주석에게 미 의회 연설내용을 미리 소개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우리정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사문제와 안보·경제 문제를 별개로 다룬다'는 정부의 대일외교 방침 역시 아베 총리의 방미 발언에 대한 우리의 대일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미 의회 연설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와 역사 문제 언급을 하지 않고 나아가 미국 정치권 역시 그런 연설 내용을 문제 삼지 않을 경우 정부의 대일외교가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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