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감독 "지금의 위기, 바닥부터 다지는 계기로 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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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FC서울 감독(40)은 18일 오후 2시30분 경기도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서울 미디어데이에서 팀과 선수들을 향한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다.

시즌 초반 '디펜딩 챔피언' 서울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개막 후 7경기(4무3패·승점 4)를 치렀으나 아직까지 승리가 없다. 리그 12위다. 서울과 어울리지 않는 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 감독은 "현재 우리가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풀릴 듯 풀릴 듯 하면서도 작은 문제로 인해 승리를 따내지 못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부진이 이어지다보니 우리가 리드를 하고 있을 때도 이전 경기들의 잔상이 자꾸 선수들을 괴롭히는 것 같다. 실수나 동점골에 대한 부담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시즌 최 감독의 지도법은 '형님 리더십'으로 불렸다. 선수들을 압박하고 통제하기보다는 '형님'과 같은 편안함으로 자발적인 노력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올해도 선수들을 끌어안는 최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그대로였다.

최 감독은 "(지난 시즌 우승도 했고)사실 나는 우리 선수들이 '내가 최고'라는 스타 의식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제 성남일화전 패배 이후 괴로워하는 모습들을 보니 그동안 내가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승리만을 강요해 온 것은 아니었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며 "감독이기 이전에 축구 선배이자 한 사람으로서 우리 후배들의 마음을 조금 더 보듬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선수들을 향한 미안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감독의 부족함으로 인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미안하다. 우리 선수들은 하고자 하는 투지를 가지고 있다"며 "주변에서는 서울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 이 시기를 통해 우리가 바닥부터 다져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됐고 지금의 위기를 발판삼아 반전을 만들어 낼 것이다"고 포부를 다졌다.

감독 데뷔 원년에 맛 본 리그 우승은 양날의 검과 같았다. 지난해 인생 최고의 기쁨을 선사했지만 올해는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최 감독에게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최 감독은 "선수들과 한 번 해보자는 열정을 갖고 지난해 우승을 일궈냈다. 올 시즌에도 그런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싶었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신은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해 우승 전력이 그대로 남은 상태에서 더 큰 동기를 부여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우승 후유증' 같은 게 있는 것 같다"고 수장으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는 부진했지만 서울은 지난 시즌의 끈끈함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 어느 시점에서 반전만 일궈내면 그 힘이 다시 발휘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이제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우리도 이대로 더 이상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다른 팀들의 분석을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들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은 오는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대구FC와 현대오일뱅크 2012~2013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8라운드 홈경기를 치른다. 시즌 개막 후 아직까지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두 팀의 '단두대 매치'다.

최 감독은 "홈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다. 정말 마지막까지 온 것 같다"며 "선수들의 투지가 남다른 만큼 나도 대구전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최대한 부담감을 버리고 경기에 임해 승리를 따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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