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소방서 현장대응단 양광호

유태인은 예로부터 지정학적 요인으로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침략과 약탈을 당하면서 오랜 세월 노예와 포로의 신세를 겪으면서 살아온 잡초 같은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기독교의 경전인 구약전서의 출애굽기는 유태민족이 이집트의 지배로부터 탈출하여 광야를 거쳐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담고 있는데 민족 지도자 모세가 여기에 등장하며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모세의 기적’ 또한 이때에 등장한다.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유태인은 해방을 위하여 긴 세월 투쟁하였으며, 우여곡절 끝에 그들의 귀향을 허락했던 이집트의 파라오는 마음이 변하여 다시 그들을 잡기 위하여 군대를 보냈고, 모세를 비롯한 유태인은 다시 노예로 끌려갈 위기의 순간에 그들의 앞에는 바다(홍해)가 앞을 막고 있었다.
이때에 모세는 신(야훼)의 계시에 따라 지팡이로 바다를 갈라 퇴로를 만들어 탈출한 후 뒤 따라 오던 이집트 군대는 모두 수장되는 사건이 그 유명한 ‘모세의 기적’이다.
사실 모세가 일으킨 기이한 현상은 이 외에도 매우 많은 사건이 있으나 최근 언론 등을 통하여 이 부분이 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소방차를 비롯한 긴급 자동차의 통행과 관련한 문제 때문이다.
간혹 언론에 보도가 되었던 ‘모세의 기적’이란 막막했던 장애물 즉 차량의 행렬이 이러한 모든 것을 제치고 활짝 열리는 그런 것을 의미하며 또한 그 많은 차량의 운전자들이 조금씩 양보하여 진로를 만들어 준 시민의식을 칭찬하는 것이다.
40여년의 일본 식민 통치 겨우 해방을 맞은 우리는 그 이후 6·25 사변 등 격동기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평가되었다가 불과 반세기 만에 이룩한 경제성장 때문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게 되었다.
윤택해진 생활 여건으로 당시에 부의 상징이었던 자동차 소유가 보편화 되면서 증가하는 자동차에 비하여 교통량을 수용할 도로의 건설이나 도시의 정비는 단기간에 이룰 수 없었기에 도시는 점점 혼잡해졌다.
지금도 출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자동차 행렬로 홍역을 치르기도 하지만 이제는 특별히 정체되는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시 정체가 이어질 정도로 도로는 포화상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통체증은 목적지를 향하는 시간이 다소 지체되는 단순한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이 좌우되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는 데에 문제가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 곳곳에는 화재가 발생하거나 응급환자가 생겼거나 사고를 당하여 구원의 손길이 절실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길게 늘어진 자동차의 행렬 중에 아무리 시간이 촉박하다고 하여도 당장에 치료를 하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환자보다 급할 수는 없을 것이며, 막 태어나려는 어린 생명보다 더 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뒤로 꽉 막힌 차량의 행렬 속에는 생과 사를 넘나들며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각양각색의 사연이 몇 분 몇 초가 절실한 생명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4천 년 전에 모세와 유태인을 가로막은 것은 바다였지만 현대를 사는 이 시대에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길게 늘어진 차량의 행렬이다.
촌각을 다투는 그러한 순간에 긴급자동차의 사이렌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여 통로를 열어주는 작은 배려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이며 이것이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거리를 누비는 소방차와 구급차에게 길을 양보하여 실오라기만큼의 가능성에 의지한 가녀린 생명을 의식하며 나의 불편을 조금씩만 양보하는 문화가 속히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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