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제대군인지원센터장 권오광

보훈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한지 30여 년이 되었다. 그간 수행했던 업무는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의 영예로운 삶을 유지, 보장하기 위해 보상금 지급, 교육, 의료, 대부, 국립묘지 관리 등의 보훈업무였다. 이제 정년을 몇 해 남겨둔 시점에 제대군인의 전직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제대군인지원센터의 총괄업무가 맡겨졌다.
지난 한 달여,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생소한 업무인 제대군인 지원업무를 맡아 어떻게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인지 나름대로 분석하고 연구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3.0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제대군인 지원에 대한 국민과 기업의 공감대 확산 및 참여, 그리고 제대군인 스스로 하고자 하는 열정적인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7년 간 복무하고 전역한 박모씨는 수기를 통해 “군인연금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퇴역해야만 하는 내 자신이 참으로 처량했다. 내 나이 40세를 코앞에 두고 두 자식은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는데 가정에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조기전역을 해야 하다니...”라며 전역 후 취업하기 전까지 어려웠던 상황을 토로했다.
이에 제대군인에 맞는 양질의 맞춤형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을 찾아다니며 경영자와 인사담당자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씀이 “제대군인이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리더십, 충성심, 책임감 등 좋은 장점들이 많은 반면, 계급과 자존심을 앞세워 조직에 쉽게 동화되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는 분들이 있다.”며, 군 입대 당시 다짐했던 마음자세 처음으로 돌아가 경력직보다는 신입부터 시작해 줄 것을 당부한다.
지난 10월 4회째를 맞은 ‘제대군인 주간’ 행사를 통해 제대군인 스스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제대군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사회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음을 그간의 제대군인 일자리 5만개 확보(10월 말 현재 2017년 목표대비 74.3%, 올해 목표대비 92.9%)가 정상 추진되고 있는 현황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국가보훈처는 더 많은 제대군인이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실질적 고용주체인 기업과 함께 ‘1사 1제대군인 채용협약’을 확대하고, CEO 및 인사담당자 간담회, 구인구직 만남 행사 등을 통해 기업과 제대군인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일자리 지원정책을 강화해갈 방침이다. 아울러 제대군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보다 근접한 곳에서 지원하기 위해 제대군인지원센터를 강원과 경남권에 연차적으로 추가 설치해 현 7개소에서 9개소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60여 년간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세계가 말하는 기적의 경제발전을 이룬 것은 청춘을 푸른 군복과 함께했던 1,000만 제대군인의 희생과 공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래의 제대군인인 현역 장병들이 또 그 길을 걷고 있다. 군은 사기를 먹고 산다. 그 사기는 제대군인에게 최고의 복지라 할 수 있는 일자리 제공, 미래에 대한 보장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이것이 국가와 국민, 기업이 제대군인에 감사하는 역할이며 정부3.0의 실현이다.
19세기 미국의 대표 시인 월트 휘트먼은 “추위에 떨어본 사람이라야 태양의 따스함을 진실로 느낀다. 굶주림에 시달린 사람이라야 쌀 한 톨의 귀중함을 절실히 느낀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정부의 정책도 국민의 성원도 기업의 참여도 제대군인(전역예정자) 스스로가 활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제대군인지원센터는 제대군인의 나침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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