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소방서 현장대응단 양광호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인지하는 수단 중 고전적인 방법은 신고자가 직접 소방서에 신고를 하거나 높은 탑에 올라가서 주변을 관측하던 시절이 있었다.
높은 탑 위에서 관측하는 이러한 시설을 ‘망루’하고 불렸는데 망루 관측의 근본적인 한계는 화재가 어느 정도 진행되어야 원거리에서도 식별이 가능한 연기나 불꽃이 발생한 후에야 화재 발생을 알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화재 상황이라면 화재의 초기진화의 의미는 없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산업화를 통하여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각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할 만한 정도로 발전하였고, 특히 IT와 관련한 부분에서는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는 최고의 위치에 도달하였다.
통신수단이 발전하면서 소방서에서 망루라고 하는 것이 오래전에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전화가 대신하더니 이제는 컴퓨터의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 일반화 된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IT 강국다운 사회기반 시설이 조성되어 우리는 분명 그 혜택을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누리고 있다. 뭔가 화재로 의심되는 작은 연기를 발견하면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즉시 신고할 수 있으며, 신고를 위해서 전화기를 찾을 필요도 없이 현장의 사진과 동영상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IT산업의 발전이 우리에게 편리함과 풍요만을 제공한 것이 아니고, 그로 인하여 고충을 겪어야 하는 부분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휴대전화의 확산이 소방업무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시간적·공간적 장애를 극복하여 신속한 정보 전달은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순기능도 있지만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화재나 각종 사고현장을 목격하였다면 우선적으로 소방서나 신고하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신고 후에는 사건의 진행사항을 수시로 알려 주어야 하고, 소방대가 도착 할 때까지 현장을 정리하고 소방차의 원활한 진입을 유도하여야 하며, 각종 재난상황은 피해를 당한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여야 한다.
IT강국으로서 의사전달 체계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였으나 소방차가 현장으로 가야 하는 출동로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고 오히려 그 한계가 더욱 높은 장벽으로 우리 소방대에게 다가온다. 조금의 틈도 주어지지 않고 빽빽하게 늘어선 자동차의 행렬 사이를 비집고 천신만고 끝에 현장에 도달하고도 무질서한 주정차와 장애물로 애를 태워야 하는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방에서는 수년 째 골든타임 5분을 지키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재, 구조, 구급 현장에서의 5분은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지켜져야 하지만 이는 IT 강국다운 시민의식을 발휘되어야 가능한 일이며 한 발자국만 양보하는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민족은 두터운 정으로 어우러져 정에 웃고 정에 우는 그런 고운 심성을 지닌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났다. 다만 너무도 바쁜 세상에 살면서 잠시 잊을 수는 있어도 그것을 송두리째 버리지는 않았으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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